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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주작은행성 Apr 13. 2024

사진일기4

잿빛과 푸름, 계절의 끝물


단단한 돌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지간한 일에는 휘청이지 않는다고

주위 환경에 물들지 않는다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계절의 끝과 시작이 이어집니다.

겨울의 잿빛과 봄의 푸름

주변이 어지럽습니다.


살갖에 와닿는 계절의 온도보다

더욱 빠르게 삶이 변합니다.



지나온 작고 커다란 사건들이

나의 무늬가 되고

나의 질감이 되었습니다.


내가 자라온 시간만큼

나는 성장했을까요?



'망각'은 신이 주신 축복이라고 했습니다.

모든 게 기억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슬픔이 미화되고 고통은 풍화되기에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습니다.


조약돌같이  기억과

나무처럼 자란 추억을 되집어보며

징검다리를 건너갑니다. 



시작은

평화로운 초원



잠시 쉬어갔던 곳



밑동만 남은 친구



혼자만 알고 있는 쉼터



흔들리고 휘청이던 마음



혼자라고 생각되던 날



화사했던 사랑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버스에 기대어 잠든 오후



기억을 돌아

서서히 눈을 뜨면,

물에 잠긴 기분



'여기까지 왔구나'



너무 멀리 오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돌아가야함을 알고 있었으니까



단단한 돌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지간한 일에는 휘청이지 않는다고

주위 환경에 물들지 않는다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계절의 끝물에

멀어보이는 희망이 비춥니다.



잿빛과 푸름


물결에 비친 현실이

추억과 같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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