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간 곳에서 유리 공예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분홍색 유리로 된 하트 펜던트를 만들었어요. 유리 막대를 토치에 달궈 녹인 후, 부풀어 오른 유리에 몇 차례 손길을 더하니 어느새 빛을 담은 하트 모양의 유리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가족들에겐 유리 공예 과정을 생생히 이야기하고, 친구들에겐 사진으로 자랑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잠옷 차림으로 갈아입자마자 매일 인사하듯 고개를 숙이며 목에 겁니다.
틈틈이 보고, 만지작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바뀌는 빛을 관찰해요. 촉감을 느끼기 위해 입술에 갖다 대어 보기도 하고, 손바닥에서 굴리다 통통통 띄워 보기도 하죠, 글 쓰는 지금도 중간중간 만지다가 자꾸만 눈과 손이 그곳으로 향하곤 하네요.
사랑한다는 건 뭘까요? 얼핏 알 것 같다가도, 역시 아닌 것 같아 헷갈릴 때가 많았습니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말 사랑하는 게 맞을까?
- 듣고 있는 이 음악을 좋아하는 게 맞나?
- 이 사람과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은 걸까?
그때마다 늘 답은 미뤄 두고 묻어 둔 채 흐르는 시간을 따라 나아갔던 것 같아요.
목걸이를 만지며 생각해 보니, 어쩌면 사랑은 핑크색 하트 유리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존재의 본질과 자꾸만 연결되고 싶다면, 그게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핑크색은 색이라서 눈을 감으면 느끼기 힘드니까 핑크를 사랑하는 사람은,핑크색을 자꾸만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고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핑크로 치장한 사람이, 혹은 수십 년간 핑크색을 좋아한 사람이 핑크색에 대한 더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더 자주 보고 싶어 하는 사람, 길을 지나다가 분홍색을 발견했을 때 기뻐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건 일이든, 음악이든, 음식이든, 무엇이든 모두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일을 한다는 건 시간을 들이는 일이니까, 내가 다른 모든 시간을 다 쏟아부어도 좋다면 사랑하는 게 아닐까요.
음악이라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것.사람이라면 목소리를 자꾸 듣고 싶고, 보드라운 살결을 자꾸만 만지고 싶고, 눈을 맞추고 싶고요. 생각과 마음을 나누고 싶고요.
내가 지금 무언갈 사랑하는지 알고 싶다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나도 모르게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