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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나무 Apr 17. 2024

발리에서 요가를 해보았습니다.

어렴풋이 알게 된 요가의 매력

"지금 느껴지는 고통을 아프다 생각하지 말고, 그저 바라보세요." 언젠가 요가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다. 그 순간, 벽이 확 느껴지면서 요가와는 쉬이 친해질 수 없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요가를 그만두었지만, 종종 아침에 일어나서 또는 자기 전에 에일린 선생님을 따라 요가를 했다.


발리 하면 따라오는 키워드 중 하나는 '요가'다. 요가는 힌두교의 종교적 수행에서 시작된 것이고, 발리는 인도네시아에서 독특하게 힌두교 문화가 발달한 곳이니까. 물론 인도의 힌두교와 다른 면모가 없잖아 있지만, 발리 어디서나 요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쉬이 만날 수 있었다. 요기(yogi, 요가수행자)인 여행자들은 유명한 요가원을 도장 깨기 하듯 찾아다니는 게 트렌드였고, 나처럼 요가의 ㅇ도 모르는 뽀시래기도 맛보기로 요가수업에 참여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리하여 요기들 틈에 끼어 부지런히 요가를 해보았다. 숙소 바닥에 비치타월을 깔고는 유튜브 영상을 선생님 삼아, 사누르와 우붓에서는 마음에 드는 요가원을 찾아가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고 출석쿠폰을 발급받았다.


들어서자마자 요가가 되는 순간이란 말을 이곳에서 오롯이 느꼈다.


사실 요가는 너무 힘들었다. 기본동작도 모르는, 근력과 유연성 모두가 떨어지는 내가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냥 요가원을 가는 게 좋았다. 발리 요가원은 들어서자마자 요가가 되는 공간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사누르에 머물 때 오고 갔던 요가원 Power Of Now Oasis의 공간에 들어섰을 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오롯이 이해가 되었다. 유리창 없이 사방이 뚫린, 그리하여 바람이 불면 바람을 느끼고 아침에는 떠오르는 햇살을, 저녁에는 가라앉는 햇빛의 기운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 이따금 새들이 머리 위를 지나가고, 눈앞에는 초록빛 나뭇잎이 반짝거리고, 종종 안젤리크(Angelique, 요가원에서 키우는 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 우붓에서 다녔던 Bali Swasthya Yoga Centre 또한 그러했다. 손수 지었다는 요가 공간에 대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네요."하고 말했다. 사방이 벽으로 뒤덮여 있고, 에어컨으로 바람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일상 공간. 특히 도시에서는 쉬이 누릴 수 없는 사치스러운 공간이었기에 동작이 잘 안 되고 넘어지더라도 요가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가벼웠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세요. 자, 이제는 숨을 천천히 쉬어보세요." 모든 운동이 호흡이 중요하다만, 요가는 특히나 호흡에 대해 수없이 이야기해주어 좋았다. 이따금 숨 쉬는 것을 까먹고 산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지금 살아있으니 당연히 숨을 쉬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런 숨 말고 진짜 숨 말이다. 나를 온전히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 같은 것. 요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찬찬히 숨을 내쉬면 모든 근심걱정이 내 몸을 빠져나가는 것 같았고, 숨을 들이마시면 주변에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사방이 뚫린 곳에서 하는 요가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른 이와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여럿이 함께 듣는 수업이기에 다양한 몸이 모인다. 손바닥이 바닥에 손쉽게 닿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무릎 아래 닿는 것조차도 버거운 이가 있었다. 이를테면 나 같은? 어려운 동작을 착착 해내는 사람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순간 솟아 오르곤 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이 무리할 필요 없다며, 요가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며, 자신의 수련에 집중하라며 나의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그래, 나도 점점 요가 기본 플로우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그것만으로도 대단한걸!


소소하지만 요가의 묘미를 스스로 깨우쳐 나감과 동시에 요가의 매력을 설파하는 많은 이들을 우붓에서 만났다. 세상에 마상에 요가에 미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한 번은 인도네시아 여행자 카페에서 혼자 여행하는 여자들끼리 저녁을 먹자는 글이 올라와 참여의사를 밝혔는데, 나 빼고 모두 '요가'를 키워드로 발리에 온 사람들이었다. 주최자님은 장기근속 휴가를 맞아 요가를 하며 쉬멍놀멍 하시고자 발리에 오셨고, 다른 한 분은 요가원 이곳저곳을 체험 삼아 다니고 계셨는데, 어떤 날에는 아침/점심/저녁 하루에 3번 요가를 하신다 했다. 심지어 마지막 참여자는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고이고이 모아 둔 휴가를 몰빵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했다. 우와.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듣느라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지만, 이렇게 모두가 열심을 다해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흐뭇했다.


저마다의 취미를 하나씩 품고 살아가는 이들을 발견할 때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다이빙을 처음 시작 할 때도 그랬고, 서핑을 배울 때도 그랬다. 발리에서 돌아와 돈을 벌기 위해 잠깐 머물렀던 스키장에서도 이토록 많은 이들이 눈 위를 달린다는 사실이 놀랍고 재미있었다. 각자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귀엽고, 아름다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덕분에 도장 찍기를 좋아하는 나도 느슨하지만 분명하게 쿠폰에 도장을 꽉 채웠다.


여행 중 부지런히 요가를 해냈다.





blog_ 사누르 요가원 Power of Now Oasis

blog_ 우붓 요가원 Bali Swasthya Yoga Ce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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