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미의 기쁨
* [공유] 반나무의 일주일회고 템플릿
* [함께 할 사람 찾아요] 기록으로 연결되는 사람들, 일주일회고클럽
여러분은 미용실에 갈 때 어떤 쪽인가요?
미용사에게 원하는 컬의 굵기, 볼륨, 색깔 등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타입
VS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타입
저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커트면 커트, 펌이면 펌 - 큰 카테고리만 정하고는 "그냥 자연스럽게 해 주세요."라고 그저 미용사에게 맡기는 편입니다. 이런 저와 달리 미용실에 갈 때마다 사진을 수백 장 찾아보고 원하는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친구를 보면 늘 신기했고, 또 조금은 부러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세하게 말하는 것이 조금 부끄럽다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 롤모델, 워너비 등을 요즘은 '추구미'라고 말하죠. 예전엔 조금 허영스럽게 들렸던 이 말이 요즘은 꽤나 따듯하게 다가옵니다. 스스로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다 자부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좋아하는, 원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이 없었구나를 깨달은 한 해였습니다.
헬스를 시작할 때도 비슷했습니다. '살이 빠졌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근육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정도의 막연한 목표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추구미가 점점 선명해졌습니다. 내가 이루고 싶은 몸무게, 체지방률, 근육량을 구체적인 숫자로 정하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은 식스팩보다는 11자 복근이라던가, 여리여리하면서도 근육이 탄탄했으면 좋겠으니 어떻게 운동을 해나가야겠구나 싶죠. 물론 아직 먼 일입니다만 ㅎㅎㅎ. 얼마전 새로 구입한 미니드레스와 비키니를 입고 발리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때 찍은 사진을 보며 자연스레 '아, 이제는 등 운동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신기하고 꽤 귀엽기도 했습니다. 무튼 이렇게 점점 제가 원하는 모양새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보는 중입니다.
폭풍 같은 연애와 이별을 지나고 나서 내가 원하는 사랑은 어떤 모습 일까도 조금씩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있습니다. 과거 누군가가 이상형이 뭐냐 물으면 "뒷모습이 슬픈 사람"이라 말했습니다. 물론 이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은 말이었지만, 구체적인 고민이 없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 말을 듣고 이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최근에 본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에서 상학이 오빠가 은중이에게 너는 뭘 좋아하냐 물었을 때, 좋아하는 걸 끝도 없이 말하는 어린 은중의 모습이 종종 떠오릅니다.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아 무엇을 말할까 고민이면서도,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미소가 떠오르는 그 표정. 내가 좋아하는 주변 것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은 수많은 것들 중에서 내게 맞고 필요한 것들을 고르는 일이면서 그렇게 즐거운 일일 것입니다. 그 얼굴을 닮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나에게 어울리는 온도를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기록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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