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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보름달 Apr 27. 2024

내 옆에 있는 그를 잃어버린다면

주말 아침은 몸을 일으키는게 쉽지 않다. 분명 나의 정신 시계는 평일과 동일하게 맞춰져서 자동으로 눈을 뜨게 만들지만, 몸은 침대를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아한다.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sns을 살펴본다. 그러다가 괜히 눈물이 난 짧은 영상이 있다.


출처 : 동상이몽


예능 프로그램인 '동상이몽'에 나온 배다해 이장원 부부가 밥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였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서 배우자에 대한 기억만 사라지게 된다면? 다른 모든 나의 일상은 기억하지만 배우자의 이름, 추억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순간 이런 상황에 몰입했다. 그리고 눈물이 나왔다. 평소라면 그냥 짧게 보고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리고 다른 영상을 볼텐데, 괜히 오늘 아침은 그 영상에 몰입하고 여러 번 보았다. 아마도 어제 저녁 별거 아닌 사소한 말로 다투고 잠이 든 우리이기에... 오늘 아침 짧은 영상을 보면서 그에 대한 미안함이 커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출처 : 짱구는 못말려


우리부부는 사귀기로 한지 벌써 9년이 지났다. 이제 막 10년차로 들어섰다. 그리고 결혼한지는 6년차이다. 짧다고 하면 짧은, 길다고 하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많은 추억들이 쌓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든 나의 경험과 추억은 그와 공유했다. 그렇게 우리 둘만의 시간이 쌓여가고 있는데, 좋으나 싫으나 그걸 함께 한 상대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다는 건 매우 서글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서로가 어느 포인트에서 서운함을 느끼고 감정이 다치지 않게 하는 건지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그 선을 넘고 말다툼하고 말았던 우리. 하지만 그 시간도 우리 둘만이 공유하는 순간인데, 그 기억도 잃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내 옆에서 잠자고 있는 그의 품에 파고들어서 사랑한다고 어젠 미안했다는 말을 했다. 당신이 내 옆에 그리고 내 기억속에 평생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고맙게도 만약 내가 그를 기억속에 모두 잃어버리면 내 옆에 딱붙어서 새로운 기억과 추억들을 만들어가자고 했다.


출처 : 눈물의여왕


내가 요즘 푹 빠져있는 유일한 드라마 '눈물의여왕'에서도 병에 걸린 여주인공은 수술 후에 남편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그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까봐 수술보단 죽기를 택하려고 했던 그여자. 그리고 어떻게든 그녀를 살리고 싶어하는 그남자.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일, 슬픈 일, 화나고 억울한 일을 함께 겪으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기억과 추억이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하고 평범한 생각이지만, 이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쪼개서라도 함께 많은 걸 나누어야겠다.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그의 존재에 감사하면서 조금 더 잘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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