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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Aug 05. 2024

찜통 같은 날 시원한 '초간단' 샐러드

우당탕탕 요리 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썼던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 반찬은 사 먹으라고> 글이 굉장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브런치 알림이 무서울 정도로 울려대서 정말 깜짝 놀랐다. 하필 이야기의 주인공이 시어머니임에도 정작 어머님은 알지 못하시기 때문에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도 됐다. 하지만 지금은 요리를 연습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우당탕탕 요리 일기'를 보여드리는 게 조금 부끄럽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시는 걸 보면서, 이번 조회수 폭발 사건을 계기로 너무 넋두리 같은 일기 말고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면 좋겠단 다짐도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초간단으로 만들 수 있는 샐러드 이야기다.


우리 남편은 샐러드를 참 좋아하는데, 때문에 여기저기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 나도 아직까지 나물 반찬이 좀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샐러드는 간편하게 야채를 섭취할 수 있는 우리 집 단골메뉴다. 요리를 잘 못해도 어떻게 하면 초초초 간단 샐러드를 만들 수 있는지, 야매 꿀팁(?)을 공유해 보려 한다.




1. 우리 집 샐러드 상비군


처음엔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야채를 종류별로 사놓고 일일이 세척 및 손질해서 소분해서 먹었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채소를 사면 생각보다 양이 엄청나게 많아져서 결국 야채를 버리게 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요즘 유행하는 밀프랩으로 샐러드를 만들어놓고 쟁여두기에는 보관 용기도 부족하고, 또 문제는 우리 집 냉장고가 (문 한 짝 크기의) 작은 사이즈라서 대량으로 저장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궁여지책으로 모둠 샐러드를 찾아보았다. 가장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더블팩 샐러드를 추천(아래 링크 참고)한다. 한 끼 100g에 천 원 남짓한 착한 가격이었다. 씻었다고 해도 불안해서 또 씻고 이미 잘라놓은 것이라 빨리 상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품질이 괜찮았다. 대여섯 번 먹으면 일주일 정도 먹기에 충분했다. 화려하지 않고 무난한 샐러드 구성이라서 집에서 토핑을 추가하면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내돈내산 추천 샐러드>


일단 초록잎 샐러드가 기본적으로 구비돼 있으니, 집에 있는 과일 하나만 올려도 기본 샐러드가 된다. 사실 샐러드를 만들 때 집에 있는 야채나 과일을 '냉털(냉장고털이)' 하는 편이다. 정말 야채를 먹기 위해 샐러드를 먹는 편이라 소스는 최소화하는데, 기본적으로 오리엔탈 소스를 선호하고 없으면 그냥 올리브유에 발사믹식초(간장 대체 가능)를 추가하거나, 또는 절인 올리브나 레몬즙을 뿌려서 먹는다.



게다가 이 샐러드 팩은 곁들임 채소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그냥 두부나 고기를 내놓기 심심할 때, 데코용으로도 괜찮은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샐러드로 다 때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시원하게 먹는 콘 샐러드


이 글을 보면서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요'라고 생각하는 고수 살림꾼들도 많이 있으시겠다. 너무 대충 사는 게 아닌가 싶고 양심에 찔릴 때 가끔 품을 들여 샐러드를 직접 만들곤 한다.


사실 아직도 칼질이 서투른 나는 칼이나 채칼로 몇 번 베였다. 그래서 채썰기 또는 다지기 등 칼을 많이 쓰는 요리를 싫어한다. 이 샐러드도 그래서 자주 만들진 않지만 파프리카를 좀 더 맛있게 먹고 싶어서 찾아본 것이다. 원래 콘샐러드는 KFC에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류수영 님의 레시피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참고한 레시피>


나는 여기에 오이를 추가하고 양파 양을 늘렸다. 오이는 특유의 향이 강해서 껍질 부분 1/8 정도만 추가했더니 색감은 다양해지고 전체적인 향은 해치지 않았다. 양파는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스위트콘이 너무 달까 봐 매운맛으로 중화시키려고 더 넣었다.

 

 샐러드의 장점은 여름철 먹기에 너무 좋다는 점이다. 냉장고에 하루 정도 놔두고 꺼내놓으면 숟가락으로 퍼먹을 때마다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없다. 한번 만들면 일회용인 그린 샐러드와 달리, 야채에서 조금 물이 생겨도 숙성된 맛이 우러나와 두세 번 나눠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실용적이다.





3. (지중해식 샐러드로 알려진) 쉬라즈 샐러드


한편, 개인적으로 여름철이면 꼭 만들어 먹는 샐러드가 있는데, 그건 바로 오이토마토양파 샐러드다. 사실 이 샐러드의 이름을 최근에서야 알았는데, SNS에서 꽤나 유명한 모양이었다.


중앙아시아 어느 나라(키르기스스탄)에서 거주한 적 있던 나는, 그때 하숙집 아주머니가 자주 이 샐러드를 해 주셨다. 그래서 난 이게 중앙아시아 음식인 줄 알았다. 당시에 난 요리를 할 줄 모르고 관심도 없어 현지 음식 만드는 걸 배울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너무 쉬운 조리법 덕에 그나마 기억나는 음식이 바로 이 샐러드다. 나는 몇 년 동안 이름도 모른 채 그저 '오이토마토양파 샐러드'라고 혼자서 불러왔다.


알고 보니 이 샐러드는 '쉬라즈 샐러드'라고 한다. 쉬라지(아마도 이 발음이 좀 더 정확한 것 같다)는 옛날 와인 산지로도 유명한 이란의 유서 깊은 도시 이름이다.


참고로 이 샐러드를 SNS에서 발견했을 때, 지중해식 샐러드라고 하면서 이름이 '쉬라즈'인 것을 보고 나는 처음에 의아했다. 왜냐하면 내 주변에 쉬라즈 출신 이란 친구가 있기 때문에 쉬라즈가 이란의 지명인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쉬라즈는 옛 수도로 우리나라 경주와 같은 느낌의 전통 도시라고 들었다.)

혼란스러웠다. 애초에 중앙아시아 음식인 줄 알았고, 사람들은 지중해식이라고 하고, 또 쉬라즈 샐러드로도 불린다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란은 현재 지중해를 접하지 않지만 과거의 페르시아를 계승한 국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관계성이 이해가 간다. 페르시아 제국 시기에는 지중해부터 인도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를 호령하였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나 똑같은 음식임에 분명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쉬라즈'라는 이름이 현존하여 기원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쉬라즈 샐러드를 만드는 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먼저, 내가 하숙집 아주머니로부터 배운 중앙아시아 스타일의 레시피는 ----> 오이 1개, 토마토 2개, 양파 1개 비율로 깍둑 썰고, 소금을 넉넉히 추가하면 끝이다. 그러고 나서 몇 번 뒤적이면 토마토 등에서 채수가 나와 얼마 뒤 자연스레 양념이 어우러진다.


다음으로, 지중해식 스타일은 ----> 소금에 더해 올리브유를 많이 많이 두르는 것이다. 올리브유를 첨가하면 양파의 매운맛이 좀 덜하고 토마토의 영양소 흡수를 도와준다. 보기좋게 또 다른 녹색잎이나 허브를 더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쉬우니... 이 쉬라즈 샐러드는 내가 레시피를 기억하는 유일한 샐러드일 수밖에 없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다른 샐러드와 비교해 소스나 양념이 적기 때문에, 고기랑 같이 먹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오이나 토마토가 들어간 샐러드는 역시나 시원한 맛으로 먹기 좋은 것 같다.



소울 샐러드 만들기


여기까지 여름이면 생각나는 샐러드를 공유해 보았다. 딱히 노하우랄 것까지는 없었지만 어떻게 하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까 잔머리를 굴려 보았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특히 쉬라즈 샐러드는 나에겐 추억이 깃든 음식이라 그곳의 초원, 뜨거운 여름, 하숙집 가족들을 떠올리게 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소울푸드다. 요즘 유행하는 레시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니 그것 또한 반가운 마음이다.


다들 그런 추억의 샐러드가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남편이 언젠가 맥도날드에 갔을 때 자기는 반드시 코울슬로 샐러드를 먹는다고 말했다. 버거는 꼭 치즈버거를 시키고 세트메뉴에서 프렌치프라이 대신 코울슬로 샐러드로 바꿔서 주문하면서 말이다. 언젠가 먹어본 코울슬로가 너무 맛있어서 계속 이렇게 먹어왔다는 남편에게는 코울슬로 샐러드가 소울푸드인 셈이다.


자 이젠 또 어떤 샐러드를 만들어 볼까? 일주일 전 쉬라즈샐러드도 만들었고, 오늘은 드디어 콘 샐러드도 다 먹어 치웠다. 샐러드 상비군도 어서 재정비 해야 하고... 아참, 조만간 양배추를 사야겠다. 남편이 좋아하는 코울슬로 샐러드를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누구든지 이 계절, 어떤 장소, 그 사람이 생각나는 소울푸드가 있다면 좋겠다. 나 또한 요리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초간단' 샐러드로 즐겁게 만들어 먹자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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