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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Jan 30. 2024

둘로 나뉜 햇살이 마음을 두드립니다

웅성웅성.

여기저기서 속닥대는 소리가 서로 맞물리며 카페를 채웁니다.

차라리 곳곳에서 떠드는 소리가 낫습니다.

조용한 공간인데 바로 옆에서 말하는 소리는 난감합니다.

또렷이 들려 독서나 일에 집중하기 힘들어서요.

구석의 소리까지 퍼져 나와 공간을 채웁니다.

어느 소리 하나에 끌려가지 않으니 좋습니다.


잠시 뒤에 카페에 있던 손님들이 다 가고 혼자 남았습니다.

주인장도 자리를 비워 자기 공간으로 들어갔고요.

아예 혼자 있으니 슬슬 지루함이 몰려 옵니다.

그때 눈앞에 커다랗게 달린 창은 두 세상을 보여줍니다.

햇살 가득 담은 면과 골목의 그림자를 담은 면을.

둘로 나뉜 햇살은 농도를 달리 하며 마음을 두드립니다.

눈부신 햇살에 눈이 감겨 나른해질까요,

아니면 짙은 그림자의 서늘함에 정신의 날을 세울까요.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책을 봅니다.

오늘은 어떤 세상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또 어떤 생각을 만날지도 기대되고요.

그러다가 어느 문장과 단어에 시선이 머뭅니다.

머문 시선만큼이나 마음도 떠나지 못하고 서성입니다.


가끔 문장을, 단어를 훔치고 싶습니다.

문장과 단어를 훔칠 때,

작가의 생각까지 훔칠 수 있을까요.

때로는 문장과 단어만 훔쳐 나의 생각으로 만들어낼 때가 있습니다.

그건 창작일까요, 표절일까요.


생각을 열고 키우고 넓히는 여정은 외롭지 않습니다.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하니 외로울 틈이 없죠.

그것만으로도 창작과 표절의 경계를 고민할 이유는 없는 듯합니다.

혼자 노는 맛에 즐기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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