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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May 21. 2024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몰입하렵니다

뭔가에 집중하는 게 아름답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뭔가에 집중하는 것의 대비.

이 상반된 모습이 주말 골목 곳곳에 있습니다.

저토록 뭔가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몰입하는 듯합니다.

몰입은 공간을 축소시키고 고립의 울타리로 스스로 밀어 넣습니다.

작은 세계를 만들어내는 중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날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몰입할 작정입니다.

뭘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니 되려 책을 읽고 미뤘던 일도 살핍니다.

그저 동네 한 바퀴 돌아도 좋고,

단지 책에 파묻혀 있어도 좋은,

바쁘다는 말 자체를 잊어버린 채 시간을 흘려 보냅니다.


“좋다. 나른하니 참 좋다!”

“손님이 하나도 없는데……”

“아……”

주말이 끝나갈 무렵의 단골 카페.

시간이 늘어지는 재즈가 흐르고,

혼자서 소파에 몸을 묻고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카페 주인장의 저 푸념어린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차츰 여기저기 흘끗거립니다.

얼마 전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요.

“아무래도 돌아다녀야 글이 나오는구만.”

잡문을 쓰더라도 세상의 공기를 담아야 하나 봅니다.

그 공기를 어떻게 들이마시고 내뱉는지 깨알같이 쓸 수 있을 때 공감하지 않을까요.


그냥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사람과 어울리거나 뭔가를 할 때 글감이 쌓입니다.

깊은 사유를 하더라도 깊은 그곳에는 사람과 세상이 있어야겠죠.

깊은 사유는 살아 숨 쉬는 것이어야 합니다.

살아 숨 쉬는 것은 세상과 호흡할 때 가능합니다.


글 곳간을 뒤져 보니 썰렁합니다.

쌓아 놓은 게 없으니 쓸 것도 없습니다.

그동안 세상과 호흡은커녕 자기와의 대화도 게을리했습니다.

쓸 것도 없으니 괜히 머쓱합니다.

그런데도 좋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하릴없이 보냈고,

쓸데없이 카페 주인장과 수다 떤 주말이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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