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비가 쏟아지겠는데요.”
“그럼 이따가 우산 좀 빌려주세요.”
다시 또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우산을 안 가지고 왔으니 슬쩍 부탁합니다.
주인장은 우산 통에 덩그러니 놓인 우산을 가리키며 얼마든지 가져가라 하네요.
이래서 단골 카페가 좋습니다.
잠시 밖으로 나가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고 들어온 카페 주인장이 한마디 합니다.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비까지 쏟아지면 어쩌냐고 말이죠.
손님이 왜 없는지 둘이서 야야기하는데 차츰 어둠이 걷힙니다.
어둠이 걷힌 자리를 야금야금 햇살이 밀고 들어옵니다.
“그새 햇살이 비추네요.”
“아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인데요.”
어느새 먹구름은 자취를 감추고 세상은 환하고 뜨거워졌습니다.
이제 다시 손님들이 올까요?
주인장은 너무 더워서 안 올 거라고 하네요.
그나저나 이제 우산이 필요한 게 아니라 몸을 더 식혀야 할 때입니다.
냉기를 몸에 담고 다음 목적지까지 가야할 듯합니다.
뚜벅이로 나선 길이니 머릿속 셈이 복잡합니다.
그래봤자 한여름의 열기에 녹아버리겠지만.
혼자 걸어갈 길을 생각하며 뭘 할지 짚어 봅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렇게 혼자일 때가 많군요.
일의 특성 때문에 혼자 지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카페 주인장과의 수다도 반갑습니다.
비싼 이어폰을 잃어버린 카페 주인장의 한숨소리도 함께 들어야 했지만.
오지 않을 듯했던 비가 기어이 오더니 잠시 숨을 고릅니다.
골목길 화단에 있는 이름모를 식물의 잎에 맺힌 빗방울이 외로움을 더합니다.
빗방울이 모여 물길로 이어지면 덜 외로울까요?
혼자 있으니 별생각이 다 드는 비 오는 날입니다.
외롭지 않고 고독해야 하는데,
고독하지 않고 외로워서 큰입입니다.
고독은 자기 내면과의 대화이고,
고독할 줄 알아야 오히려 타인과의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외로움은 고립이자 불안이죠.
고립과 불안을 떨쳐낼 연대를 꿈꿉니다.
무엇이 연결고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고립과 불안을 느끼는 동질감이 연결고리가 될 수 있겠죠.
서로의 어깨와 손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조금만 더 곁을 둘러봤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그나저나 내 시선은 곁이 아니라 불안한 앞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나부터 관조해야 할 때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