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마음을 간질이는 비는 세상 곳곳을 어루만집니다.
바람은 슬쩍 손만 대고 지나가는데.
감질나게 내리는 비에 살짝 젖은 채 카페에 들어섭니다.
다소 열기를 머금은 공간이지만,
늘 그렇듯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요.
가늘던 빗줄기가 차츰 굵어지네요.
오늘은 하늘에 별이 없겠군요.
아,
맑은 한밤중에만 별이 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니 아직 멀었나 봅니다.
사실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별은 늘 있는데 말이죠.
낮이고 밤이고,
맑고 찌푸렸고 간에.
밤에만 별이 있다고 생각하고,
낮에만 환한 세상이 있다고 착각하니 진리를 찾을 수 없죠.
낮에도 별이 떠 있고,
밤에도 세상은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차라투스트라가 말한 ‘춤추는 별’도 찾을 수 있을 테죠.
한참 원고를 붙들고 있다가 커피를 마시니 그새 식었네요.
식은 커피가 맛있어야 진짜 좋은 커피라고 하더군요.
이 또한 모르던 사실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단골 카페의 커피는 뜨거울 때나 식었을 때나 다 맛납니다.
식은 커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책을 펼칩니다.
저자는 하릴없이 돌아다니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하네요.
자신을 내려놓고 잊어버리면서 자신을 가득 채우는 시간.
어쩌면 멍하니 커피 한 잔을 할 때가 그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별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어둠이 깔렸지만,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지만,
비를 헤치고 먹구름 위에 있을 춤추는 별을 헤아려 보렵니다.
찾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