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길은 온통 황토색 나뭇잎투성이입니다.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겨울은 비집고 들어와 몸을 움츠리게 합니다.
바람은,
구름은,
하늘은 카페 안에 흐르는 피아노 선율의 여유마저 품지 못합니다.
좁은 골목길을 구태여 기어 들어가 걷다가,
아직 떠나지 않으려는 가을을 봤습니다.
이미 갈색으로 메말라 가을의 끝을 보여주는데도 말이죠.
땅에 떨어지는 순간,
시간의 끝을 맞이하리라는 생각에 벽에 매달렸나 봅니다.
불면은 낮에 풀지 못한 생각들이 마음에 가하는 복수이고,
불안은 소홀히 대했던 감수성에 깊이 주의를 기울이라는 권고라고 합니다.
이 말을 한 작가는 복잡하고 존재감을 잃어가는 현대사회의 생존을 말합니다.
불면과 불안은 현대인의 보편적인 증상인 듯합니다.
이 둘 때문에 우리는 가을의 미련마저 잊고 사는 게 아닐까요.
“그대에게 의미 있는 것은?”
참 당황스러운 질문입니다.
굳이 생각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삶을,
살아간다는 행위를 깊게 생각하지 않은 소시민에게는.
문득 홀로 벽에 꽂힌 낙엽이 떠오릅니다.
‘홀로‘에 방점이 찍힌.
“연대의 가치”
제가 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뭔가 어떤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함께한다는 연대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소박한 어깨동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곳과 사람을 함께 보며 어울림을 고민하는.
연대의 가치라고 해서 뭔가 거창한 게 아닙니다.
사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할 수밖에 없는 행위이지 않을까요.
오늘도 누군가 연대의 손짓을 합니다.
조심스럽게 그 손짓을 이어받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합니다.
반응이 없군요.
그래도 손짓이 멈출 때,
삶의 끝이 오지 않을까 해서 한 번 더 흔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