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에 김 군은 독서실을 나왔다. 아직 시험 범위를 다 끝내진 못했지만 더 이상 졸음을 참는 게 내일 컨디션에 더 안 좋을 것 같았다.
새벽 거리는 텅 비었고 밤하늘도 텅 비어 있었다. 저 멀리 자판기 불빛만이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버티고 서있었다.
주머니 속 동전도 없앨 겸 김 군은 자판기 앞에 섰다.
커피라도 뽑아 마실 생각이었지만, 자판기는 조금 다른 걸 팔았다.
달 1,000원
별 500원
구름 300원
해 1,000원 <매진>
마침 주머니엔 100원짜리 동전이 5개 있었고, 김 군은 방 창밖에 별 한 점이라도 박아줄 생각으로 별을 눌렀다.
자판기는 잠시 웅웅 거리더니 잠잠해졌다. 뭐지. 고장인가.
김 군은 잔돈 레버를 돌려도 보고 자판기를 조금 쳐 봤다.
아무 반응이 없던 자판기가 다시 웅웅 거리더니 작동했고,
별 하나를 톡 뱉어냈다. 김 군이 별을 꺼내려고 하자,
자판기가 갑자기 흔들리면서 수십 개의 별들을 마구 쏟아냈다.
역시 고장이 맞나 보다.
김 군은 길바닥까지 쏟아져 내린 별들을 두 손으로 그러모았다.
이렇게 많은 별들을 어쩐다.
김 군은 손에 모았던 별들을 텅 빈 밤하늘에 휙 뿌렸고,
별들은 어두운 하늘에 촤라락 흩어졌다.
별들은 제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났고,
밤하늘은 한층 밝아졌다.
김 군은 조금 환해진 골목길을 걸어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