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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닭 Jul 31. 2022

인생은 단짠단짠

프리랜서인 한국어 강사의 푸념

난 솔티드 캐러멜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단짠단짠이라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맛을 느껴볼 수 있어서 좋다. 한 가지 맛만 있으면 질려서 다 못 먹거든. 모스크바 유학할 때 솔티드 아이스크림만 먹었다. 비엔나커피도 좋다. 며칠 전에 마신 비엔나커피가 참 맛있었다. 그렇지만 인생에서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단맛을 느껴볼라치면 바로 짠맛이 들이민다. 짠맛을 느껴보다가 또 단 맛을 조금 느껴보고. 대학교 두 군데에서 하루에 고작 4시간 일하는데도 체력이 바닥났다.




그것뿐인가? 저번 금요일에 한 대학교에서 2학기까지 연속 근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3학기인 줄 알았는데 2학기라니... 이 바닥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각오하고 시작했지만 내가 어쩌지 못하는 한계가 오니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일하려면 경력이 필요한데 1년 채우기도 버겁다. 짠맛을 씁쓸하게 맛보다가 수업에 들어가니까 단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혼자 원맨쇼 하면서 농담한다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데 학생들이 전부 웃어주고 받아준다. 드립과 수업과 연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학생들 보면 웃기다. 언제 짠 걸 먹었나 싶을 정도로. 학생(이지만 아기) 들과 내가 쌍방향으로 맛이 가서 완전 병맛인데 의외로 잘 맞는다. 맨날 말하기 연습하면서 웃다가 눈물 닦는다. 남들이 보면 이상하겠지만 빡센 한국어 공부를 알아서 재미있게(?) 하는 걸 보면 대견하다. 오후반 수업이라 나도 없는 에너지를 끌어모아 병맛 미를 보여주려고 한다.




한국어 강사 일은 마약 같다. 멀리 갈 것 없이 인생의 단짠단짠을 여기서 맛볼 수 있다. 높은 학력을 요구하고 매 지원마다 수업 교안과 경력을 요구하면서 월급은 용돈보다 적게 준다. 오래 일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2 달마다 '또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고 이력서를 써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로운 것은 하나도 없는데 학생들과의 교감이 좋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좋아서 포기하기가 어렵다. 마약 같다. 단맛과 짠맛이 동시에 느껴져서 놓지 못하는 마약. 지난 1년 가까이 최선을 다했는데 그만한 보상과 인정이 없어서 허무해진다. 여기까지도 바늘구멍 뚫기였는데 어렵지 않게 왔으니까 또 잘할 거라 믿어봐야지.




짠맛을 알아야 단 맛을 더 풍미 있게 즐길 수 있는 거니깐. 현실과 수업 준비와 강의 평가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다. 선생님들이 하도 온화하셔서 나도 우아해질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가르치는 일은 예민해져야만 하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면 꼭 학생들이 이해를 못 하거나 교감이 안 된다. 수업 준비하면서 짠 걸 먹어야 교실 안에서 달달하게 수업 가능하다. 알지만 이번 주는 짠맛이 유독 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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