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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기행 Jan 13. 2019

종각의 결을 담은 센트로폴리스

종각역, 센트로폴리스

센트로폴리스 빌딩에 위치한, 까페 결에 다녀왔다. 그곳의 까슬한 머그잔이 생각나서.


센트로폴리스 빌딩은 지난 분기 준공된 따끈한 건물이다. 플랜티 어학원 자리를 재개발했다. 공사 도중 한양 골목길과 집터들이 발견되어, 일부를 기부 채납하고 용적률을  높였다. 그래서 지하에는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꽤 크고 멋진 유적 박물관이 있다. 외관도 독특하다. 한양 도성 벽에서 모티브를 따와, 외벽에 창살 프레임을 만들었다. 지역의 역사를 담고자 했던 건축주의 노력과 흔적이 건축물에 남아 있었다.


좋은 입지에 늠름하게 자리잡은 센트로폴리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지역성을 느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건축의 컨셉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 수는 없을까. 지역색이 담긴 리테일이 하나 정도 있었으면 금상첨화인데. 라고 생각할 때 쯤, 결이란 까페를 알게 되었다. .


합정동 빈브라더스가 새로운 이름으로 오픈한 결. 동양적이면서도 모던한 정서가 잘 담긴 까페였다. 돌, 나무, 하얀 천으로 구성된 공간은 자연의 결이 담겨있는 곳이었다. 커피가 살짝 까슬한 컵에 담겨 나오는데, 이를 두손에 감싸고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모던하게 커피로 다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오늘은 롱블랙과 바질마들렌을 주문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산미가 올라오는 커피가 좋았다. 잔을 내려놓을 때 쯤, 과일 향이 은은하게 입에 남았다. 바질이 들어간 마들렌은 무슨 맛인가 했는데, 꽤 잘 어울린다. 향긋하고 달콤한 바질의 내음이 좋았다.


나오면서 여쭤보았다. 왜 이름을 결이라고 지었냐고. 언니가 조곤 조곤 설명했다. 업종제한이 있어서, 이곳을 빈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는 오픈할 수 없었다고. 새로운 이름은 조계사를 바라보는 이 지역에 어울리도록, 결이라고 정했다고 했다.


오랜시간 역사가 쌓인 지역의 결을. 편안함을 주는 자연의 결을. 이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결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역을 이해하면서도,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 멋진 공간이, 센트로폴리스에 있어서 좋았다. 진정한 도시재생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밤이었다.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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