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의 반격

Day 5

by 지안

달러가 고꾸라지듯 떨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1,430원 위에서 버티던 환율이

아무렇지도 않게 1,405원대로 주저앉았다. 조용하지만, 너무 가파른 낙폭.


뉴스에서는 한미 협상이 있었다고 했다.

정확히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장에서는 무언가 정리됐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누군가는 통화스와프 얘기까지 꺼냈다.

그럴싸해 보였지만, 나는 오히려 그게 더 불안했다.

너무 매끄럽게 움직이는 시장은, 대체로 누군가의 셈법이 끝났다는 뜻이니까.


나는 오씨에게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고.


오씨는 잠시 나를 보더니

테이블 위 신문을 조용히 접었다.


“트럼프는 왜 원화 가치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일까?”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판매 전략일 가능성이 높지. 트럼프 1기 때에도 주요 계약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원화 구매력이 강해지는 흐름이 있었어.”


“미국 국채를 팔려는거 아냐?”

그는 고개를 까딱하면서 이야기했다.

국채를 파는것도 맞지만, 조금 더 멀리 보라고.


‘무기, 에너지, 기술.’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해온 주요 산업 자산들.

2017년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한국은 F-35, 글로벌호크, 포세이돈 등 다양한 미국산 군사장비를 수십억 달러 규모로 도입하기로 했다.


그 시기 원/달러 환율은 약 1,100원대.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

원화 강세, 달러 약세. 그건 고가 수입 계약을 빠르게 체결하기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그 뒤, 2018년부터 환율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 긴장 등 대외 여건의 변화는 곧바로 환율에 반영되었다.


“지금도 비슷한 흐름이라는 거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 시장에선 같은 전략이 반복되기도 하니까. 원화가 강할 때 수출이 쉬워지고, 조건이 맞을 때 계약은 성사되지.”


나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물었다.


“그럼 지금, 달러를 더 사야 돼?”

오 씨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분할해서 대응하는 건 나쁘지 않아.

하지만 무조건 다 들어가기보단,

한 가지 추가시그널을 기다려봐.

“한국이 다시 한번 대규모 무기 도입이나 외환 소비성 계약에 나서는 시점.”

그때는 원화가 다시 강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고, 달러 매수 기회가 열릴 수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격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고, 타이밍보다 중요한 건, 그 타이밍을 만들고 있는 힘의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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