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며칠 전, 오씨가 했던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과 나눴다.
최근 원화가 강세로 돌아선 배경에 트럼프의 전략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돌아온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음모론 같은데?”
“미국이 한국 원화까지 신경 써가면서 뭘 하겠니?”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씨에게 다시 물었다.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오씨는 이렇게 말했다.
“상황을 이해하려면, 현상과 지표를 넘어서,
그 상황을 만든 사람이 지금 뭘 원하는지를 봐야지.
이건 트럼프가 만든 판이잖아.
그리고 난 네가 원/달러에 관심 있어서 이야기한 거고.
더 정확히는, 트럼프가 달러 인덱스를 계속 낮추고 싶어 한다는 얘기였던 거야.”
그는 대화를 이어갔다.
“트럼프가 원하는 건 미국산을 파는 거잖아.
10년물 미국 국채든, 무기든, 에너지든.
그건 그가 자주 말했던 바이기도 해.
상대 통화가 강해지면, 가격 메리트가 생기거든.
특히 무기처럼 고가의 품목은 환율 5%만 바뀌어도 체감 가격이 크게 달라져.
예산 통과도 훨씬 수월해지고.”
나는 2017년과 2018년을 떠올렸다.
트럼프 취임 직후, 달러 인덱스는 104에서 90까지 빠졌고, 원/달러 환율도 1,205원에서 1,070원까지 하락했다. 다음 해 2분기까지도 낮은 흐름이 이어졌다.
그해 5월, 트럼프는 사우디에 1,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팔았다.
2018년에는 한국에도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17억 달러 이상의 무기를 수출했다.
“그가 강요했을까?” 오씨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사기에 좋은 조건을 만든 거야.
장사는 그렇게 하는 거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근데 이번 원화 강세는, 너무 급하지 않아?”
“정치적 연출만이 아니라, 수급 쪽 이슈도 겹쳤어.
대만 보험사들 말이야.
달러 자산은 잔뜩 들고 있으면서, 보험금은 대만달러(TWD)로 줘야 하니까
환헤지를 조정하면서 달러를 대량으로 팔았고,
시장은 그걸 ‘달러 덤핑’처럼 받아들였지.”
“근데 그게 왜 원화에까지 영향을 준 거야?”
“대만 외환시장은 작아서 충격 흡수가 어려워.
유동성이 큰 원화 쪽으로 일부 수요가 넘어왔을 가능성도 있어.
휴장 중이던 한국은 NDF 시장만 움직였으니 꼬리가 몸통을 흔든 셈이지.”
“그러니까 이번 원화 강세는 구조적 흐름이라기보단 단기적 수급 왜곡이라는 거네.”
“그렇지. 그런데 시장은 반응했고,
큰 그림에서 볼 때 그 흐름은 누군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거야.”
나는 조용히 물어보았다.
“달러 약세가 얼마나 이어질까?”
그는 말했다.
“트럼프는 빠른 성과를 원해.
내년 11월 중간선거 전에, 눈에 보이는 뭔가를 팔아야 해.
그걸 위해 환율을 조정하고, 타이밍을 연출하는 거지.
하지만 다 팔고 나면? 다시 슬며시 원위치로 돌아갈꺼야.
실제로 2019년 말에는 달러 인덱스가 100 근처까지 다시 회복됐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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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균형은 찾아오게 돼.
그러니까 너도 지금 하락에 너무 흔들릴 필요 없어.
다만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으니 기다리라고 한거지.”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사람들의 해석은 늘 다양하지만,
나는 시장을 움직이는 힘을 바라보며
조용히 다음을 기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