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4 스스로 매일 패배하지 마세요

당신의 행복과 불행은 무엇으로 정하셨습니까?

by Braun

불교철학에 대해 명색이란 말이 있다. 어떠한 것에 이름이나 의미를 부여하면 그때부터 그것에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명확한 하나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정한다는 것이다. 흔히 쓰는 명색이 사장인데..가 여기서 온 말이다.




생각해 보면 뭐가 잘 안 풀릴 때는 매일 무엇인가에 지고 화가 난다. 내 앞에 불쑥 끼어든 차에 경적을 울려대고 라이트를 켜대는 이유도 저 앞 차에 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요일 저녁이면 빨리 지나간 주말에 성질이 나서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TV에 평일에 늦잠 자는 연예인을 보면 부당한 자원배분에 시대욕을 쏟아내기도 한다. 일이 잘 풀린 누구의 얘기를 들으면 거짓말이거나 좋은 면만 말했을 것이라거나, 잘 풀렸다는 일의 이면에 있는 리스크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 증명하려고 뇌를 쓰고 있기도 한다.


아무도 나랑 싸우고 경쟁하지 않는데 스스로를 무한한 패배의 굴레로 몰아넣어 양보와 배려를 잊은 괴물로 만들고 그렇게 괴물로 변해간다.


어릴 적 뒷산에 매일 쓰레기를 줍는 할머니가 계셨다. 방학숙제로 쓰레기 줍기를 하던 내 옆에 어느덧 할머니가 함께 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왜 맨날 쓰레기 주우세요? 더러운 게 묻기도 하고 힘들잖아요."

"대신 다른 사람들은 깨끗한 등산로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단다.

그럼 좋은 기억만 갖고 갈 테니 얼마나 좋니."

속으로 '할머니는 뭐가 좋은 거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제일 행복한 사람은 깨끗한 등산로를 보는 등산객이 아닌 할머니였다.

내 삶에 행복이라고 정한 것이 얼마나 많을까? 불행만 온통 정해놓고 살진 않았을까?

아니, 행복을 누리기도 짧은 인생에 불행을 정의하고 살 필요는 있는 걸까?

keyword
이전 09화#32 삶은 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