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사는 것만 하지 말고.
와장창. 한바탕 소나기가 내리고, 햇살 생각이 들어 커튼을 들추는데 소리가 났다.
커튼 나사가 제대로 지지되지 않았는지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3미터 커튼레일을 혼자 다는 건 쉽지 않다.
등에 땀이 흐른다. 젠장, 방금 샤워했는데.
나사가 부족했던 것 같아 여분의 피스로 고정하니, 그제야 튼튼해진다.
카페에 가기로 마음먹었던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어버렸네. 그런데 뿌듯하다.
정승제가 수십억짜리 집을 사도 행복하지 않다면서 딱 2번 행복하고 3일째부터 아무렇지 않단다.
물질적 욕망의 무한함과 휘발성에 공감되는 이야기다.
간절히 바라고 목표하던 것을 갖게 되어도 이렇게 짧은데, 과시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는 얼마나 짧을까.
경험의 행복유통기한은 냉동식품 같다. 꺼내고 잠깐 보고 다시 넣어도 상하지 않는다.
결국 내 기억냉장고에 남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최근 트렌드는 반대로 가는 것 같다.
온갖 관찰예능은 하지 않아도 한 것 같은 착각을 주입하고 SNS는 무엇을 소비하도록 유혹한다.
매일 가는 출근길에 안 보던 곳을 보고 5초만 서있어도 보고 다른 방법으로도 가보자.
사람이든 물건이든 당연히 있던 것을 다시 한번 유심히 보고 어여삐 해보자.
핫플이 아니더라도 내가 사는 곳 매일 지나가는 곳을 찍어보자.
25년 전 친절했던 태양문구 할머니를 기억에서만 떠올려야 하는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