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를 끌었다 vol.1

by 홍작자

이사 갈 날이 군인들 육군 복무 기간만큼 남았지만, 새 집으로 새 아파트로 가는 만큼 세월의 짐들을 덜어내고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차피 안 쓰는 물건은 이전에도 앞으로도 절대 쓰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쓰지 않을까 멍청한 생각으로 계속 쌓아두고 방치하게 된다.


벼룩시장 장터에 팔려고 쌓아둔 물건도 있었는데, 장터는 폐쇄되어서 그것부터 해결을 해야 했다. 베란다 보일러실이 그런 짐들로 꽉 찼었으니까...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니 나보다 체력이 훨씬 좋고, 추진력이 로켓인 엄마는 이미 거실 한가운데 그 짐들을 다짜고짜 끄집어내 놨다. 오후부터 추워진다던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옷들은 버리는 것도 일이고 돈이다. 가장 큰 쓰레기봉투에 담아도 부피가 커서 몇 개 담지도 못한다. 엄마가 고민하다가 고물상에 가본다. 몇 분 뒤 고물상에서 옷도 받아준다는 말을 듣고 다시 옷을 고른다.


나는 이 토할 것 같은 짐들을 고물상에 결국 내가 가져가야만 하는데, 어떻게 운반할지만 고민한다. 고물상에 가서 다시 받아주는 물건도 물어보고 리어카도 빌려보기로 한다.


리어카!


라이카도 아니고 내 인생에 그것을 마주할 일은 잘 없다. 파지 줍는 어르신들이 길에서 끄는 걸 가끔 아니 종종 봤을 뿐. 그냥 힘들겠구나 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그렇게 고물상에 들러 거기 사장님과 받아주는 품목을 재차 확인받는다. 이불도 솜이불은 안되고, 인형도 안되고, 신발도 슬리퍼는 안되며, 가방도 여행용 캐리어는 안된단다.


대략적으로 받아주는 물건을 확보한 후 800미터 남짓 거리를 차도와 인도 사이에서 리어카를 끌고 간다. 생각보다 빈 리어카는 잘 끌리는데, 차도로 진입하는 순간 파지를 가득 주운 할머니 선배를 마주한다. 난 접촉도 없었는데 파지가 길에 떨어졌다고 내 핑계를 댄다. 순간 짜증이 솟구치는데 별 일도 아니고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하며 길에 널브러진 파지를 내 리어카에 실어서 고물상에 다시 들려서 정리를 하고 다시 리어카를 끌고 집으로 향한다.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고, 아무도 나를 비웃지 않는데 리어카의 차디찬 손잡이를 접하는 순간부터 묘한 기분이 든다. 난 지금 뭐하는 것인가? 라며... 안경에 김까지 서린다.


그렇게 10분 남짓을 걸어와 리어카를 주차하고, 짐들을 실으려는데, 엄마는 또 내가 맘에 안 든다. 물건을 다 정리도 안 했는데 리어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잡음이 생기면 일도 해결 못하고 언성만 높이다 끝날 것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나는 나대로 의견 충돌이니 옆에서 그냥 돕기로 한다. 옷가지를 중심으로 한차례 리어카에 싣고는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아까 왔던 그 길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짐을 싣고 나서야 한다.


생각보다 리어카는 과학적이다. 상당히 편리하게 끌게끔 만들었다. 가뜩이나 고물상 리어카는 튜닝이 잘 되어있어서 짐을 가득 싣고도 전방주시만 잘하면 힘을 들이지 않고, 끌 수가 있다.


그렇게 약 2회를 왕복 리어카 주행을 마치고 끝날 것 같았는데, 짐 정리는 거의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엄마는 일을 시작하면 식음을 전폐하고 하는 성향이라 같이 콜라보가 어렵다.


엄마방에 옷가지도 일단 다 끄집어내고, 내일 아침에 해도 되는데 성향이 또 그렇지가 않으니까...


그렇게 하루 종일 짐을 치우고 나르고 리어카로 고물상에 보내고, 하지만 내일 또 리어카를 끌어야 할 것 같다.

은근히 예민한 나는 무언가 내일 닥친 일이 존재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


그렇게 다시 날이 밝았다. 늦게까지 일을 한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원래 루틴대로 또 짐 정리를 하고 있다.

어제 그렇게 짐을 치웠는데도 또 짐이 많다. 그래도 엄마가 밤늦게까지 다 정리를 해 둔 덕에 특별히 할 것은 없어 보인다.


그렇게 또 리어카를 빌려왔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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