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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수업을 준비하며

- 중학교 영재수업 준비

by 소소인 Feb 03. 2025

직업병일까. 책을 읽다가 좋은 내용을 발견하면 '이건 수업에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내용의 여기부터 저기까지를 잘라서 읽기 자료로 제시한 다음에 토론 주제는 이러이러한 게 좋겠다. 이건 아이들에게 어려울테니 이 부분은 설명이 필요하겠다. 이정도 글은 아이들에게 3번 정도는 다시 읽게 해야 이해가 되겠다...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함께 든다. 


짬을 내어 여러 책들을 읽다 보면, 교재로 적용할 만한 책들은 결국 클래식한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신의 소식을 담은 트렌디한 글들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대부분 오히려 유통기한이 짧다. 단편적인 현상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글들이 대부분 짧은 시간에, 깊은 고민 없이 쓰여졌기 때문이다. 반면, 50년 이상의 수명을 지니고 그 가치를 인정 받은 글들에는 일종의 보편성이 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면서도 현대인들에게도 유효한 의미를 준다. 심지어 그 내용에 오류가 있는 경우라 해도. 


아니, 오히려 저명한 학자의 글에 시대착오적 발상이나 과학적 오류로 인한 잘못된 견해가 있는 경우야말로 최고의 수업소재가 된다. 


'그 권위있는 교과서 속의 철학자조차 틀린 생각을 저렇게 당당하게 주장하는 경우가 있어!'


라는 사실을 함께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신선한 지적 자극이 된다. 


요근래는 읽기와 말하기, 쓰기 수업의 가치가 진실로 중요한 때다. 사실, 공부는 저 세 가지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학공부는 수학 지식을 쓰거나 말하거나 읽는 것이고 역사공부는 역사책을 읽거나 그걸로 말하거나 쓰거나 하는 일이다. 학교 수업도 이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텍스트의 내용이 바뀔 뿐, 그걸 읽고 말하고 쓰는 기 행위는 다 똑같다. 


지금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 교재를 만드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작업은 적절한 텍스트들을 고르는 일이다. 과거를 설명하지만 오늘에도 적용되고, 그 안에 인간에 대한 보편성 성질에 대한 고찰을 담아 낸 텍스트들을 골라보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최근에 나온 책이지만 과거와 오늘의 인간을 함께 설명 해 내는 책들도 살펴보고 있다. 


이런 종류의 교재를 만들 때 마다 같은 감정을 느낀다. 시작할 때 의욕충만이지만.. 3개 주제 정도 넘어가면 그때부턴 버티기다. '하, 이런 걸 왜 시작했을까'하는 후회를 한가득 지면서도, 지금까지 해 온 작업이 아까워서 끝까지 해 나간다. 그리고 힘들게 만든 교재를 들고 학생들을 만나 수업을 진행하면 이상과 현실을 차이를 실감한다. 내 기대와 준비 만큼 성실하지 않은 학생들을 만나 아웅다웅 복작복작을 하면서 새로운 고민과 고뇌를 겪는다. 그러다 수업이 끝날 때 쯤 되면, 그래도 소소한 보람이 느껴진다. 


10년 전 쯤만 해도 글쓰기와 토론은 교육 현장에서 아주 중요한 활동으로 인정받았었다. 사실 그 가치는 지금 더 높다. 이른바 '짧은 영상'과 '글쓰기 과제를 대신하는 GPT' 덕분에 읽기와 쓰기 능력은 더 귀하고, 얻기 힘든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현장에서는 글쓰기와 토론은 '트렌드가 지났다'고 평가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과 코딩이 새로운 흐름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 할 말이 한 트럭이지만 나중으로 미뤄 둔다.


다시 책을 펼쳐 보자. 교재로 쓸만한 글을 찾고, 그에 관련된 질문을 만들러 간다. 이 글들로 올해는 어떤 일들을 해 나갈지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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