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백의 시간

by 서툰엄마

우주야, 안녕. 엄마 글이 정말 오랜만이지? 어느새 두 달 동안이나 글쓰기를 멈춰버렸네. 너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었는데, 하루하루가 어찌나 순식간에 지나가던지. 회사 일이 몰아쳐도 퇴근하면 가장 먼저 너에게 달려갔고, 주말에도 글을 쓰는 시간보다는 네 손을 잡고 함께 보내는 순간들이 더 즐겁고 소중했어. 덕분에 우리만의 시간은 가득 채워졌지만, 엄마의 서재는 한동안 고요한 채 텅 비어 있었단다.


올여름엔 아빠가 새로운 길을 준비하느라 한 달 동안 집을 비웠고, 네가 가장 좋아하는 할머니가 우리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셨어. 엄마도 그 사이에 친구들과 소소한 시간을 나누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지. 정신없이 바빴지만, 다행히 우리 곁엔 늘 웃음꽃이 피어났어. 너와 함께한 순간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던 여름이었어.


비록 두 달 동안 글을 쓰지 못했지만, 엄마 마음속에는 늘 우주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단다. 너의 해맑은 웃음, 네가 조잘거리던 사랑스러운 말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었어. 그 소중한 기억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엄마는 다시 노트북을 펼쳤어.


이제 다시 네 이야기를 조금씩 써볼게. 멈췄던 빈 페이지를 천천히 우주의 이야기로 채워갈 거야.


우주야, 우리의 여름은 어땠을까?


IMG_3454.HEIC 겁쟁이 숲 속 탐험대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13화혹시라도 힘이 든 날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