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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우주와 할머니의

by 서툰엄마

우주야, 이번 여름엔 할머니와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어.
아빠가 교육을 가게 돼서 할머니가 한 달 동안 우리 집에 오셨지.


할머니가 오기 전엔 매일 “엄마, 몇 밤 자면 할머니 와?” 하고 물었는데,
막상 오고 나서는 “할머니, 30밤 말고 100밤 자고 가!”라고 했지.
할머니는 웃으면서도, 오는 날부터 가는 날을 걱정했어.
그만큼 우주가 할머니 옆에 찰싹 붙어 있었거든.


주말엔 다 같이 해수욕장에도 갔지.
우주가 “바다에서 놀고 싶다!” 해서, 땀 뻘뻘 흘리며 그늘막을 치고
짜장면이랑 탕수육을 시켜 먹었잖아.
우주가 “맛있다!”라고 말하며 탕수육을 계속 집어먹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
할머니도 “바닷가 나온 게 얼마만이냐” 하시며 즐거워 하셨어.


또 하루는 우주가 송편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할머니가 바로 반죽을 만들어주셨지.
엄마는 떡 반죽을 한 번도 안 해봤는데,
할머니 손에서는 금세 쫄깃한 반죽이 나왔어.
우주가 빚은 송편은 모양은 제멋대로였지만 참 달콤하고 맛있었단다.


밤에는 탑동광장에서 킥보드도 타고,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지.
그 시절의 여름 냄새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


하루는 할머니가 잠시 육지에 다녀오셨을 때,
우주가 할머니 이름을 스케치북에 써서 들고 공항에서 기다렸지.
“할머니! 나와라!” 외치던 우주를 보고
할머니 얼굴에 피던 그 웃음, 엄마는 절대 잊지 못할 거야.


그 뒤로 다 같이 호텔에 가서 고기도 먹고, 수영장에서도 놀고,
그야말로 여름답게 꽉 찬 시간을 보냈지.


우주야, 이 여름이 할머니와 너에게 오래 기억되면 좋겠다.
나중에 커서 사춘기 온다고 할머니랑 말 안 하고 그러면,

할머니가 많이 서운할 것 같아.


할머니가 우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건 꼭 기억해 줘!


IMG_7843.JPG 우주와 할머니의 뜨거웠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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