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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정 Apr 10. 2021

공연기획과 글쓰기의 연관성

공연기획자의 능력에 대한 고찰

이번에 시흥 문화기획자 양성과정 강의를 앞두고, 교육자료를 만들면서 기획자의 업무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이래서 강의를 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나는 극단-기관-기획사-협회를 두루 거쳤는데, 어느 곳에 소속되든 간에 공연기획자에게 '글쓰기 능력' 만큼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공연기획자'라는 직업명 차제가 '공연'과 '기획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에 그 힌트가 숨어있다.


에디터로 일하던 때만큼이나  '글쓰기 실력' 이 중요하더라!


나는 예술 비전공자(영문학과 전공)다. 또 공연기획자로 일하기 전에는 잡지 에디터로 일했다. 당시 공연기획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던 나는 막연하게 '현장'에서 하는 일이 많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관객의 시선에서 맞닥트리는 것은 무대뿐이니, 무대 뒤의 광경을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공연기획자가 현장에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았고, 에디터로 일할 때만큼이나 글을 써야 할 때가 많았다.


제작비 확보를 위해서 서류 작성은 필수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본이 필요하다. 물론 제작자도 얼마간의 자본을 투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작비 확보를 위해서는 다각도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공공기관 지원금 확보를 위해서는 지원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기관마다 요구하는 양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사업에 대한 소개(기획의도/목표), 단체소개(단체의 기본 약력), 사업 계획(일정/장소/출연진과 스태프/프로그램/예산), 기대효과(이 사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정량적/정성적 효과)'에 대해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서류도 쓸수록 실력이 붙고 요령도 생긴다. 그러므로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1차로 서류가 통과되면, 2차로 PT 발표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때문에 한글, 워드는 물론이고, PPT까지 잘 다룰수록 유리하다. 예산을 관리하는데 주로 쓰는 엑셀까지도 잘 다룬다면, 더 좋다.


둘째, 기업이나 기관 투자금 유치를 위해서는 제안서 작성이 필수다. 기획에 관해 다루고 있는 책자를 찾아보면, '기획의 목적은 설득을 위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가 기업이나 기관에서 투자금을 유치하고 싶다면, 제안서로 그들이 투자하고 싶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홍보마케팅의 꽃도 바로 '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이 많은 지출비용을 환수하려면, 많은 수익을 내야 한다. 때문에 '티켓 판매'에 주력해야 하는데, 판매율을 높이려면 홍보마케팅이 필수다. 

물론 공연 마니아들은 어떤 공연이 언제 올라오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공연을 자주 보지 않는 관객들은 미디어를 통해서 공연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공연이 어떻게 하면, 미디어 매체에 소개될 수 있을까? 우선은 기자들에게 공연에 대한 정보를 담은 보도자료를 발송하는 방법이 있다. 또 방송작가나 관계자에게 공연 소개자료를 발송하면서 소개를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티켓 제공 이벤트를 하거나, 출연 배우가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출연할 수 있으면 더 좋다.

또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서 공연 소개 자료도 만들어야 하는데, 우선 예매처에 들어가야 할 포스터와 웹 전단에 삽입될 공연 소개글을 작성해야 한다. 또 오프라인 홍보를 위해 필요한 리플릿에 들어갈 원고도 써야 한다. 더불어 현장에서 판매할 프로그램북 원고도 써야 한다. 물론 기획자가 프로그램북 원고를 다 작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원고를 창작진이나 제작진에게 받아서 정리하고, 디자이너에게 넘기는 게 기획자의 일이다.

관객들과 활발히 소통하기 위해서 SNS 관리도 중요한데, SNS에 올릴 글을 작성하는 것도 기획자의 몫이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이 공연에 대해 더욱 흥미를 갖게 할 수 있을까 연구하면서 최대한 맛깔난 포스팅을 쓰고, 관객들의 문의에도 신속하게 답변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단체관람 홍보를 위해 각종 단체나 협회에 공문을 발송할 일도 있는데, 이때도 공연 소개글과 단체관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잘 정리해서 보내야 효과적이다.


소통에도 중요한 '글의 힘'


해외 공연팀과 소통할 때는 주로 이메일을 통해 논의를 하는데, 이때도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논리적으로 내 생각을 잘 정리하고 나서 이메일을 써야 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실력도 글쓰기 능력이 담보될 때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해외 공연팀에게 메일을 쓸 때, 가끔 더 효과적이고 적절한 표현을 찾기 위해서 영어 사전을 찾아보고 점검하기도 했다. 말의 뉘앙스에 따라 상대방이 반응에 큰 차이가 생겨난 경험을 종종 했기 때문이다.


공연의 마무리도 '글쓰기'로!

공연을 여는 게 '글'이라면, 닫는 것도 '글'로 한다. 만약 공공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았다면, 수령한 기금을 사용내역과 결과에 대해 담은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처음 공연기획자를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정산을 하기 위해서 공연에 사용한 세금계산서와 영수증을 다 모아서 철한 뒤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관이 도입한 시스템에 정산을 완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성한 서류와 각종 증빙자료를 그 시스템에 업로드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이나라도움, 엔카스 등등)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공연기획자가 괜히 행정업무에 능통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 셈이다.


공연기획자를 꿈꾼다면, 공연을 많이 접하고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 강의를 나갈 때도 공연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에게는 SNS를 잘 활용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그게 어떤 플랫폼이건 간에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게 되면, 글쓰기 실력을 다듬을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편집하고, 올릴 수 있는 센스도 생긴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일이 잦다. 그러면서 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을뿐더러 타인들이 '나의 어떠한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얻게 되는 셈이다. 블로그 통계자료를 보면, 사람들이 내 블로그의 어떠한 글과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쓰기 능력은 현장에서의 대응 능력 만큼이나 중요하기에 반드시 키워두어야할 핵심 역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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