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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가좋아서 Feb 20. 2019

내추럴 와인과 친구들

자연을 추구하는 와인들


8년 전 강의실에 앉아 와인을 처음 배웠을 때는 '내추럴 와인', '유기농 와인'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모호했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자연적인 방식으로 만든 와인에 모든 게 포함이 되어 있었다. 여전히 모호한 개념과 정의로 나뉘지만 그나마 이전보다는 조금씩 구분이 되는 듯하다.


이런 자연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와인들은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간단한 개념만 정리를 해본다.





내추럴 와인(Nature Wine) :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있어 화학적, 기술적 사용을 최소화한 와인’이며 더 쉽게 말하면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에 있어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와인이다. 아무것도 안 건드는 와인이다. 자연적인 양조 방식부터 배양 효모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효모를 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명확한 정의나 인증 방법이 없다. 그래서 더 모호한 분류이기도 하다.


유기농 와인(organic Wine) : 유기농 퇴비를 사용하고 유기농법 인증을 받은 와인, 유기농 재배를 하지만 양조 과정 중에는 화학적 방법이 사용되며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 합성비료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한다.

 ex : 포도 재배에 해충이 생기면 자연물질을 제조해서 해충 피해를 막음


바이오다이나믹 와인(Biodynamic Wine) : 루돌프 슈타이너의 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유기농 방식이면서 조금 더 심오한 개념이 더해진다. 달, 행성, 별자리 등 전체의 운행에 따라 재배 방식을 달리하며 인위적인 화학물질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오컬트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다.

 ex : 포도 재배에 해충이 생기면 해충의 천적을 놓아 해충 피해를 막음


서스테이너블 와인(Sustainable Wine) : 유기농법만큼 제한은 많지 않지만 유기농법을 토대로 최신 과학 설비를 통해 환경 파괴를 하지 않는 방식을 고수한다.  공식 정의는 ‘생태학적으로는 건전하고 경제적으로 이루어지며, 사회에 대해서는 올바르고 인도적인 농법’이다.

 ex : 태양광 전기를 활용하기도 하고 병의 두께를 얇게 해서 차에 실리는 무게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함


오렌지 와인(Orange Wine) : 기본적으로 화이트 품종에 한해서 만들어지는 스타일이다. 화이트 와인은 양조 시에는 포도 껍질, 줄기, 씨를 사용하지 않고 즙만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그래서 색이 항상 투명하다.  하지만 오렌지 와인은 화이트 품종이지만 레드 와인을 만드는 것처럼 양조 시에 껍질, 줄기, 씨를 사용해서 오렌지색을 띠게 한다. 또 껍질, 줄기, 씨를 사용했기 때문에 레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타닌을 느낄 수 있다. 엄연히 말하면 화이트 와인 양조의 또 다른 방식이지만 오렌지 와인 방식 자체가 고대의 전통 양조 방법 그대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내추럴 와인 카테고리에서 주로 다룬다.


베지테리언 와인(Vegetarian Wine) : 와인을 맑게 하는 과정 중에 골수, 카세인, 흰자, 젤라틴 등이 사용됩니다. 이는 동물성 성분이기 때문에 채식주의자 입장에서는 모든 와인을 꺼려 한다. 그래서 이런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주의 방식으로 걸러내는 와인을 의미한다.




몇 가지 더.


1. 내추럴 와인이 천연 효모를 쓴다고 해서 배양 효모가 나쁜 게 아니다. 효모는 결국 살아있는 생물이다. 우리가 양식한 재료를 써서 음식을 잘 먹듯이 자연스러운 거다.


2. 자연적인 방식을 추구한 와인들은 머리가 덜 아프다고 하는데 어차피 똑같은 '알코올'이다. 건강한 알코올 같은 건 없다. 양의 문제이지, 와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이산화황이 들어가지 않아 머리가 덜 아프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산화황과 두통은 연관이 없는 쪽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두통의 이유는 와인 속에 있는 히스타민, 타닌, 알코올 성분 정도인데 자연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와인에도 다 존재한다. 무조건 두통이 없는 게 아니라 체질과 양의 문제로 보는 게 정확하다. 나는 술을 잘 못 마시는데, 내추럴 와인 마신다고 머리가 안 아프지는 않다. 내추럴 와인 마셔도 아프다... 으.


3. '내추럴 와인 vs 와인'이 아니다. 와인 안에 내추럴 와인도 함께 공존하는 거다. 가끔 와인이라는 카테고리를 다 잡아먹으려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눈에 보인다. 


4. 굉장히 개성 있고 독특한 스타일이 많다. 뻔한 맛이 아니다. 감칠맛도 아주 잘 느껴지고 매력이 넘친다. 익숙하지 않아 신선하다.


5. '레드 와인'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게 아니듯, '까베르네 소비뇽'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까베르네 소비뇽'을 좋아하는 게 아니듯 내 입맛에 맞는 내추럴 와인을 맛있게 마시면 된다.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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