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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케이 Dec 21. 2023

30 운명이 아니어도 좋아 2




 

 내 삶 속 사랑의 의미를 말하자면 일박이일도 모자라다. 사랑에 빠져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좋은 곳에 가면 다음에 꼭 같이 와야겠다 마음먹는 순간들을 사랑했다. 다행히 30화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하자 수없이 등장한 당신들이 일제히 손을 흔들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떠나는 기차에 올라타 힘껏 인사해 주는 창밖 사람들을 바라보듯 그렇게 내 마음속에서 웃으며 유유히 흐려져갔다. 사랑이 무엇인지, 내게 사랑은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기 위해 쓴 글 곳곳한 당신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묻어났고 그로써 당신들을 수면 위로 올려 온전히 마주해보고 싶었다. 늘 숨기고 감췄던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비로소 인정하고 진정 추억이라는 지평선너머로 잔잔히 수놓고 싶었다. 설령 내 욕심일지라도.


 나는 여전히 사랑이 좋다. 간질간질한 마음을 시작으로 내 삶에 진하게 물들어가는 시간이 소중하다. 지인들의 안부 속에 ’잘 지내지? 남자친구분도 잘 지내시지?‘하며 나의 안부에 이어 사랑하는 내 당신의 안부를 묻는 익숙한 시간이 소중하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에 전혀 모르는 타인으로 살아오다 우연한 만남으로 내 삶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는 존재가 참 귀하다. 서른둘, 사랑의 가치를 더 깊게 새겨보기 위해 이렇다 하는 당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예전처럼 이별하고 바로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면 그저 ‘다음 당신’ 정도로 여겼을지 모른다. 떠올리고 추억하고 미안함에 눈물짓고 고마움에 웃음 짓는 그 숱한 시간들이 쌓여 사랑이라는 모든 순간을 감사하게 여기며 결국 새로운 당신을 ‘소중한 당신’으로 여기게 해 주었다. 철부지 나를 톡톡히 성장시켜 준 서른둘의 나날들을 이곳에 잔뜩 남겨본다.

 


 그제 친한 친구 J를 만났다. 각자의 한 해가 어땠는지 그래서 내년엔 어떤 마음이고 싶은지 다소 지루한 그라나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긴 대화를 끝내고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올해도 잘 보냈다고 내년에도 우리답게 잘 살아보자고 말이다. 인생은 그리고 사랑은 때때로 내 마음과 다른 노선으로 흘러가 행복을 삽시간에 집어삼킨 채 고통과 우울함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찾아온 사랑이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삶의 이유를 선물해 준다. 우리는 그렇기에 아프고 찢겨도 다시 한번 사랑을 믿게 되는 게 아닐까. 여전히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내게 걸어오는 당신의 걸음이 그리고 내가 걸어낸 걸음이 결국 우릴 만난 게 했다 생각한다. 다른 의미로 그게 운명이 아닐까 싶을지도 모르지만 요점은 로또 당첨과 같은 엄청난 행운이 아닌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학이란 더 큰 세상을 맞이한 것 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빛나는 사랑이 결국 찬찬히 밟아온 경험과 시간들의 누적으로 이뤄진 값진 관계라는 사실을 함께 깨달은 순간 사랑의 의미는 더 커지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을 더욱 깊어질 거라 믿는다.



 내 인생에 잔여하는 숱한 사랑들이 다 제 자리에서 멋진 사랑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서른둘, 사랑에 대한 나의 기나긴 주절거림을 조심스레 줄여본다.


 늘 사랑을 꿈꾸는 셈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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