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잘 보냈어요?”
글자로만 읽어봤던 그 어색한 안부 인사말을 떨리는 목소리의 당신이 건넨다.
곤란해하다, 웃었다, 손을 올렸다, 내렸다, 마주 선 채 어찌해야 할지 몰라하며
하지만, 내 눈만은 똑바로 응시하며 당신이 그날 던진 첫마디였다.
그러고는, 자기가 말하고도 어색한 인사였다고 느꼈던 모양인지
“아.. 나 뭐라는 거지..?”
하며 웃는 당신의 모습에 나도 따라 웃었다.
어떻게 학교까지 걸어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걷다가 어깨라거나, 팔이라거나, 잘못해서 손등이라도 서로 닿으면 머리가 새하애졌다.
필시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을 테다.
만나기 며칠 전 말도 안 되는, 약속 비슷한 것을 했다. 어떤 맥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시간들을 수도 없이 약속하던 시기였으니까.
어쨌든 나는, 우리가 다녔던(그때 당시 우리는 모르는 사이였지만) 학교에 있는 언더우드 동상 아래서 밤 12시에 노래를 불러달라는 억지를 부렸었다.
설마 진짜 시키겠느냐 생각했을 당신이었고, 나 역시도 처음엔 조금 놀리다 말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난감한 듯, 곤란한 듯 내 눈치를 살피는 당신의 모습에 자꾸만 웃으며 걷다 보니 결국 동상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동상 앞에 도착하자 당신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나는 동상 아래 털썩 앉아 당신의 손을 잡아끌어 옆에 앉혔다.
당신은 아득한 표정을 짓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곧 머리를 무릎에 파묻었다.
“아...”
“하...”
“..아....”
몇 분간을 탄식과 한숨을 번갈아 가며 내뱉는 당신을 보며 얼마나 웃었던지.
턱을 괴고 쳐다보며 “언제 불러줄 거야?”라는 나의 말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한 표정의 당신이 한숨을 크게 쉬고 목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ed sheeran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저 멀리서 한 커플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 겨우 한 소절 불렀는데, “아.. 어.. 사람이 오는데요.. 아..”하며
당신은 쥐구멍에라도 숨어 들어갈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짧은 간격들로 사람들이 지나쳐 갔고,
덕분에 난 한 곡을 다 듣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눈물이 날 정도로 웃으며 기다려야 했다.
너와 이별 후, 택시를 타고 학교 앞을 지나가며
난 왜 당신에게 그곳에서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던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솔직하고 자유로운 아직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 당신이 좋았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고 기타를 들고 떠돌며 노래를 부르며 살 거라는 꿈을 가진 당신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무엇을 하든 그 옆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하철 2PM 김승국의 영상에서
‘지하철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김승국보다 그 모습을 촬영해 주는 카메라맨이 더 대단하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난 당신이 무엇을 해도 곁에서 응원해 주고 지원해 줄 수 있는 그런 카메라맨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제 와 후회되는 것이 있다.
“한 주 잘 보냈어요?”라는 당신의 말에 왜 난 웃기만 했을까.
나츠메 소세키가 ‘I LOVE YOU’를 ‘月が綺麗ですね(달이 참 예쁘네요)'라고 번역했듯이
우리가 만나지 못한 시간 동안 나는 당신이 궁금했고, 참 보고 싶었다는 마음들을 담아 되물어줄 수 있었을 텐데.
아마도 난 그때 우리가 그런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오늘 하루 잘 보냈나요.
그 어색한 인사를 나의 입에 담아낼 수 있는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지만
나는 요즘도 하루에도 몇 번씩 당신의 안부가 궁금하다.
한 주 잘 보냈나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어쩌다 우리는 안부도 물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