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행복을 지켜주세요
아빠의 품속에서 읽은 동화의 기억만큼 좋은 치유가 있을까? 이러한 경험으로 아이는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의 요청에 시작은 앉아서 읽는다. 그러다 한 권을 다 읽고, 한 권을 더 읽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조금 드러눕는 자세가 된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읽다 보면 어김없이 눈이 감기며 잠꼬대까지 하곤 한다.
비몽사몽 간에 웅얼웅얼 거리고 있노라면 딸아이는 나를 그윽하게 쳐다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고 내가 머쓱하게 웃으며 "아빠 졸았어?"하고 물어보면 "응"하고 대답하는데 이 경고성 대답은 한번 뿐이다. 두 번째 부터는 가차 없다. 조는 즉시 큰 소리로 “아빠“를 불러댄다. 하지만 이미 졸리기 시작하였는데 이를 어쩌겠는가. 나를 불러 주는 그가 직장 상사나 선생님이 아닌 사랑스런 내 아이라는 이유로 잠에서 쉽게 깨어나지 못한다.
아이들은 왜 포기란 걸 모르는 걸까. 서너 번 불러보다 안 되겠다 싶으면 포기할 만도 하건만 친절하게 아빠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불러 준다.
어느 날, 너무도 사랑스럽고 예쁘게 앉아 책을 읽는 딸애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다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대뜸 책을 읽어 달라고 했다. 나는 “좋아. 그럼 도연이가 한 권 고르고 아빠가 한 권 고를까?” 그랬더니 "아니~" 라고 딱 잘라 말하며 아빠만 한 권 골라서 읽어 달라는 것이다. 그 말이 너무 웃기고(?) 귀여워 책을 고른 후 아이에게 이리 와서 아빠 다리 위에 앉으라며 내 다리를 탁탁 쳤다. 아이는 쪼르르 달려와 아빠 다리 위에 척! 앉았다.
책을 읽으며 같이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책 속에 그려져 있는 작은 그림들은 숨은 그림 찾기도 하고. 그렇게 같이 책을 보며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한 권을 읽고 아이는 책 한 권을 또 골라왔다. 골라 온 책이 너무 재미있다며 한 번 더 읽어 달라고 했다.
이렇게 책을 읽는 동안은 한 번도 졸리지 않았다. 그 뒤로 아이랑 동화책을 같이 읽을 때면 항상 다리 위에 앉혀서 읽어 주고 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아이 역시도 재밌고 좋은 지 책을 들고 쪼르르 와서는 아빠 다리 위에 앉고 본다.
우리는 읽은 책을 주제로 연극 놀이도 자주 한다. 라푼젤, 인어공주, 백설 공주를 읽은 날엔 어김없이 연극 놀이를 한다. 라푼젤은 탑 위로 줄을 잡고 가는 마녀 역할을 아빠가 하는 것을 좋아하고 인어공주는 마녀가 에이리얼의 목소리를 뺏는 역할을 나쁜 목소리로 하는 아빠를 좋아한다. 백설 공주는 마녀가 독 사과를 백설 공주에게 주고 백설 공주, 그러니까 지가 독 사과를 먹고 쓰러지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여러 연극 놀이를 하며 가장 쉽지 않은 연극이 있는데 바로 백설 공주이다. 백설 공주에는 내가 소화해 내야 하는 등장인물이 참 많다. 딸아이는 백설 공주를 책으로는 많이 읽었지만 디즈니 만화영화도 수 없이 본 터라 출연진들의 대사를 거의 외우다시피 하고 있다. 연극 놀이를 하며 또 하나 쉽지 않은 것이 있다. 내용이나 대사가 기억나지 않을 때면 책을 보게 되는데 어디든 상관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아마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일거라 믿고 싶다.
이제 사랑스런 딸아이는 7살이 되었다. 책을 들고 아빠에게 다가 오면 살살 앉으라는 부탁 먼저 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은 쥐가 나는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하지만 여전히 그 시간은 참으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