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시리즈
일을 하다보면 mbti 끝자리 j 수치가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여럿이 일하는 상황에서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혼자 일을 하면 아무도 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만드는 짜임새가 무척 중요하다. 회사에서 할 일을 빠뜨리는 행동은 주변 동료들의 눈치나 성과로 연결된다면 프리랜서의 깜빡은 밥줄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학생 신분을 벗어난 이후로도 직장생활없이 쭉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나는 아주 계획적인 사람이 될거라 기대했지만, 이때까지 무계획적인 성향을 꿋꿋이 지켜내고 있다. 미팅 중 클라이언트의 지나가는 한마디와 아슬아슬한 데드라인, 어제 내가 어디까지 작업했더라 생각들이 머릿속에 두서없이 버무려진 채 일상을 지내다보면 미팅에 심각하게 지각하거나 중요한 일의 기한을 못 맞추는 악몽을 인셉션 기법으로 꾸기도 한다. 평생 이렇게 순간을 모면하는 식으로 일하다보면 분명 피폐한 모습으로 노후를 맞이할 것이다.
나를 바꿀 수 없는 나와 일잘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부딪히며 생기는 이야기들을 남겨보려 ‘스릴러'시리즈를 기획했다. 원제는 ‘스기의 일잘러’이지만 프리랜서 아슬아슬한 자유와 강박, 매일 은은하게 쫄리는 마음, 경제적인 불안감까지 스릴러라는 장르에 꽤 어울리기에, 스(기의) 릴(일) (잘)러로 정했다. 누가 뭐라하지 않는 자유로움 하나에 모든걸 베팅한 평범한 프리랜서. 어제의 나를 칭찬하고 반성하며 성장하자. 그리고 지속되는 악몽으로 정신이 말라버린 사람이 아닌 멋진 프리랜서로 나이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