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딸기체리수박 Aug 07. 2022

작년 이맘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165번째 주제

 지금은 2022년 8월이다. 글쓰기 모임은 한창 진행 중이다. 처음 정해둔 룰대로, 매주 <글쓰기 좋은 주제642> 라는 책에서 끌리는 주제를 골라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주는 160번부터 174번 주제 사이에서 하나를 골라야 했다. 근데 딱 끌리는 주제가 없었다. 가끔은 끌리는 주제가 너무 많아서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데, 이번 주는 그 반대였다. 그래서 생각하고 생각해서 고른 주제가 <작년 이맘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다.


 작년 이맘때면 2021년 8월인데, 솔직히 정확히 뭘 했는지 제대로 기억나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남겨놨던 기록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살펴본 건 작년에 쓴 회사 업무일지.

 작년 이맘때 나는 적당히 바빴던 모양이다. 내가 작성한 사업제안서가 통과한 덕분에 사업 협약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작년 8월 첫 주 업무일지는 온통 협약과 관련된 내용이다. 생각해보면 이 사업을 따온 덕분에 작년 한 해 회사에서 꽤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업무일지에 '힘들지만 신난다.', '열심히 해야지.' 같은 낯간지러운 말이 적혀 있지 않지만, 그때를 떠올려보면 그런 마음으로 일했던 것 같다. 업무 일지도 엄청 빼곡하고 꼭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은 굵은 글씨로 형광표시까지 되어 있다. 


 열심히 살았던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결국 연봉협상 때 팽당해서 이직하게 될 줄 알았으면 애초에 작년 한 해도 대충 보낼걸 그랬나 싶다. 


 그리고 이 시기에 쓴 일기도 찾아봤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근데 간간히 욕도 섞여 있다. 아주 적나라한 욕이 섞여 있는 걸 보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화가 안 나는 건 아닌가 보다.

 - 요즘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당분간 재택근무를 해야 한단다.

 - ooo은 메일 확인을 할 줄 모른다. 메일을 보낸 다음에 꼭 전화를 해야 하고, 전화하면서 메일 내용을 30분씩 설명해 줘야 한다. 메일 답장도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 고객사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 안 되는 건데. 계속 진짜 어쩌라고


 이제 개인적인 부분으로 넘어가서, 개인 스케줄러를 확인해봤다.

 진짜 나도 열심히 살았다 싶다. 작년에 나는 어떤 프로젝트로 책 출판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결국 책으로 인쇄하기는 했지만 그 뒤 후속작업은 그냥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난 이게 문제다. 책 형태로 인쇄하기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들였는데 그 뒤에 남은 약간의 작업을 끝내지 못한 채 이렇게 흐지부지 되다니. 이런 식으로 끝나는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힘들게 했으면, 제대로 끝을 보지 왜 고생만 하고 제대로 마무리는 못 지었을까? (지금이라도 마무리를 해볼까?)


 한창 좋아하던 프로그램은 돌싱글즈와 뭉쳐야 찬다 시즌2. 지금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사람 참 안 변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을 쓰다가 생각났는데 작년 이 맘 때쯤 미친개한테 물려서 고생을 했다. 여름 더위에 찌들었는지 정말 미쳐버린 개에게 크게 물렸다. 그 자국이 아직도 흉터로 남아있다. 보상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 미친개에게는 주인도 없었다. 그냥 세상에서 버림받은 채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뒤에 신고는 했지만 개는 어디에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 개가 그냥 어디에서 확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아픔도 줄어들고 분노도 줄어들었다. 미쳐서 떠돌고 있는 개보다 그냥 내 처지가 더 나은 것 같아서 그 개를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일이 이쯤에서 마무리된 게 다행이었다. 사실 난 정말 크게 다칠 뻔했다. 그때 옆에 있던 고마운 사람이 그 개를 떼어내고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갔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과의 인연도 작년까지였다.


 난 작년 이맘때 이렇게 지냈다.


당근을 통해 글쓰기 모임을 모집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일곱 분 정도가 모여서, 글쓰기 좋은 주제 642라는 책에서, 원하는 주제를 골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 제가 고른 주제는 <165. 작년 이맘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랜만에 화장 한 할머니를 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