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신입사원의 꿀팁 대방출
몇 년 전, 퇴사 후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았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낸 국민연금이 도대체 얼마나 쌓여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돈이 얼마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그 회사에서 몇 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납부했는지는 똑똑히 기억난다.
50개월. 그걸 보면서 '내가 50개월이나 열심히 일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참 힘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내가 그 때 했던 것 만큼 모든 일을 잘 견디고 이겨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초반 12개월은 너무 미숙하고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초반 12개월을 보내는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그런 12개월을 지나온 사람 입장에서, 아직 그 12개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꿀팁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1. 나 스스로 못생겨 보일지라도, 꼭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길!
회사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사무용품 같은 것들 말고, 회사를 다니다 보면 언제고 꼭 필요해지는 물건들이 있다. 칫솔, 슬리퍼, 텀블러, 담요 같은 것들. 근데 이런 것들을 차치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다. 나 같은 경우,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컴퓨터 화면이 내 눈을 어느 정도로 피로하게 만드는 지도 잘 몰랐고 안경을 쓰는 것보다 벗는 것이 더 예쁜 것 같아서 몇 년 동안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실제로 근무하며 안구건조증, 시력 저하 등의 문제를 겪고 나서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들을 찾아보다가 (사실, 제일 좋은 해결책은 컴퓨터를 안 하는 것이었다.) 차선으로 블루라이트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근데 쓰는 것이 안 쓰는 것보다 훨씬 눈이 편하다. 안경을 쓴 모습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안경 쓰는 것을 꼭 생각해보시길!
2. 사내연애, 특히 안정적인 직장 안에서 사내연애는 조심, 또 조심할 것!
난 지금까지도 사내 연애를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이 두 이유 때문에, 사내연애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일단 첫 번째로, 사내연애는 대부분 소문이 난다. 그것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단 한 번도 긍정적인 소문이 난 커플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소문은 그들이 헤어져도,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입사했을 때는 이미 한 아이의 어머니였던 한 직원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녀가 예전에 회사에서 CC를 했었다는 것, 상대방과 회사 근처에서 동거를 했다는 것, 이별 후 충격받은 상대방이 술에 취해 회사 게시판에 '돌아와! 네가 없는 집은 텅 빈 것 같아...다시 돌아와. 돌아와. 잘못했어.' 라는 글을 올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그녀도, 그 상대방도 따로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데 무슨 이유로 그런 사실들이 나에게까지 전달이 되는걸까?
두 번째로, 입사 초기에 느끼는 호감은 거짓 호감일 수도 있다. 처음 경험하는 사회생활의 고단함 때문에 나를 도와주는 선배나, 힘이 되는 동기에게 쉽게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이때 급하게 커플이 된 다음에 후회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3. 모르는 건 한 번은 꼭 검색해보자.
처음에 입사하면 모르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회사 돌아가는 사정이야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알 수가 없겠지만, 간단한 것들은 인터넷, 혹은 그룹웨어에 올라와있는 기안문들을 검색해보는 것이 좋다.
ex. 화면 캡처 어떻게 해요?, 표 안에 사진 어떻게 넣어요? 등등...
한 번만 검색해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을 모르겠다고 바로바로 와서 질문하면 선배들도 피곤할 수밖에 없다.
4. 모르는 내용을 물어보는 전화가 왔을 때, 당황하지 말고 이렇게 하자.
입사 초기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걸 물어보는 전화가 훨씬 많다. 질문을 받자마자 당황하면서 "어...잘 모르는데...어..." 이러거나, "제가 신입이어서...잘..." 이렇게 티 낼 필요 없다.
"네. 5년 치 통계 자료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한 번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데, 확인 후 전화드려도 될까요?"라고 하면 된다. 그들이 요구한 내용을 반복해서 말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연락준다고 하면 된다.
이러면 최소한 덜 아마추어 같다.
5. 회식할 때, 고기 굽는 곳으로 가지 말자.
회식 장소를 내가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막내가 회식 장소를 물색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럴 때,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구워 먹어야 하는 곳, 샤브샤브 같이 손 많이 가는 곳 등등을 피해야 한다. 왜냐면 손 많이 가는 곳의 그 '손'은 내 손이다. 내가 고기 굽고 내가 고기 자르고 리필해오고 해야 하니까, 손 많이 가는 곳을 꼭 피하자!
6. 호구가 되지 말자.
나도 호구였지만, 호구로 사는 것은 피곤하다. 선배들은 누가 호구이고 누가 호구가 아닌지 다 알고 있다. 그들은 민경 언니 같은 사람은 귀신같이 피하고 나 같은 사람들에게 몰려든다. 그럼 나는 남들보다 일도 더 많이 하고 시달리면서 살아야 한다. 예의 있게 열심히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편한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 성격 좋은 호구로 사느니 약간 불편감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낫다.
7. 사람을 믿지 말자. 그렇다고 안 믿지도 말자.
일단 사람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특히 선배들이 내 앞에서 다른 선배를 욕한다고 맞장구치는 것은 충분히 고민을 해보고 해야 한다. 회사에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진심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회사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벽을 두고 지낼 필요는 없다. 분명히 소수지만 마음 맞는 사람도 있고, 힘이 되는 사람이 있다. 다만,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8. 잘하는 것을 말하고 다니지 말자.
잘하면 좋은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회사에선 아닐 수가 있다. 특히 '영상을 편집할 수 있다, 포토샵을 할 수 있다, PPT를 잘 만든다, 특정 외국어를 잘한다' 같은 말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팀에서도 그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꽤 있다.
아! 그리고, 노래 잘한다는 소리 같은 것도 하지 말기를.
8개의 팁 중에서 내가 실제로 지킨 것은 사내 연애 안 한 것 밖에 없지만 여러분은 좀 더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하길!
다음 이야기...
입사 후 1년이 흘렀고, 그동안 불신과 경계가 생활화되는 등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송선임, 정책임, 또 다른 선배 한 명이 육아휴직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대외적인 명분은 육아휴직이지만, 사실 그들은 팀장님과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러다가 업무 평가 결과가 나오면서 갈등이 폭발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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