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누워만 있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는 첫 요가 일기
교대 근무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평일 휴가를 선물 받은 기분이기도 하지만 남들 쉬는 날 또 못 쉬기도 한다. 그래도 이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내가 어떤 일상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덩달아 많아졌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누워있는 것이 좋고,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미루고 싶다. 게으른 것이 잘못일까?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누워서 있는 시간들이 꽤 평온하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으니깐. 나의 그런 생활을 삶의 기조였고, 몇 년 전부터는 내 행복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었다.
오늘은 또 얼마나 누워 있었지? 참 한결같이 침대에서 시간을 보냈구나
이런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 것은 순전히 30대 중반의 내 몸뚱이 때문이다. 척추를 타고 허리 통증이 시큰시큰 덮치기 시작했다. 앉아 있는 것이 조금씩 불편해지고, 한의원에 가서 그 무섭다는 봉침을 맞기 시작했다. 30대에 접어들면 운동은 적금이라더니, 그 말을 정통으로 얻어맞아버렸다.
그렇게 나는 일상의 잔잔한 흐름을 깨고 요가라는 녀석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일상의 흐름을 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퍽, 용기가 필요하다. 나랑 비슷한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일단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찾아야 한다. 운동을 결정한 후에는 어떤 식으로 운동을 실천할지 탐색한다. 그 후 상담을 하고 운동을 시작한다.
많은 과정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첫 시작이다. 누워서 뒹굴뒹굴, 평온한 루틴으로 살아가던 내 하루 사이클에 요가라는 녀석을 덥석 넣어야 하니깐. 그 많은 운동 중에서 내가 요가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집 근처에 요가원이 오픈을 했고, 우리 집 초인종 옆에 전단지가 붙기 시작했다.
'80% 오픈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외면했다.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깐, 무심히 떼어서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다른 날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라는 전단지가 또 붙었다. 참 끈질기기도 하지. 세 번째 전단지를 만난 순간, 그 끈질김에 다른 운동은 검색해보지 않고 집 근처 요가원으로 향했다.
상담을 받으면서 내가 한 말은 오직 "제가 뭐든 3개월만 하면 질려해요, 그 점이 걱정인데..."였다. 인상 좋은 요가원 원장님은 "관리를 해드릴게요"라고 쉽게 대답했다. 사실 그 말은 믿지 않았고, 3개월 지나서 지겨우면 그냥 관둘 생각이었다. 이때도 나는 꽤 게을렀다. 사회 생활 모드로 웃고 있었지만, 내가 3개월만에 나가 떨어질 것이라고 스스로 장담하고 있었다. 그때는 허리가 아프다는 것 외에는 내 집순이 사이클을 막을 수 있을만큼 요가가 중요하지 않았다. 요가와 나의 시큰둥한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