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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꽃 Feb 26. 2024

요가_05

잘하는 거에 더 집중하기

요가를 할 때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은 중요하다. 무리하게 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고 또 너무 적당한 수준으로 하다 보면 계속 같은 상태에만 머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다른 사람들이 쭉쭉 뻗고 몸을 구부리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의 몸을 보다 보면 내가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 지 몰랐다. 그때 더 초점을 맞춘 건 내가 부족한 점이었다. 남들보다 뻣뻣한 게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걸 감추려다 보니 잘못된 자세로 억지로 허리를 굽히다 오히려 통증만 얻은 적도 많다. 타고나길 뻣뻣한 몸이라 사실 요가를 오래 했어도 남들처럼 유연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는 사람인데도 빠른 시일 안에 남들처럼 만들어내고 싶었다.


요가를 즐기게 된 건 내가 부족한 것보다는 잘하는 점을 찾았을 때였다. 몸이 다소 굳어있긴 해도 워낙 악으로 깡으로 모든 걸 해내는 성향이다 보니 근력운동을 할 때만큼은 죽어라고 해낼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는 가르침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지만 내가 더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건 근육을 이용해 자세를 버티는 동작들이었다. 다른 사람하고 비교를 통해 찾아낸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각자 잘하는 게 다르다는 그 생각을 받아들이자 내 몸에 집중하면서 발견하게 된 장점이었다.


내가 수업을 들은 요가원에는 항상 거울이 있었다. 거울을 보며 틀어진 자세를 바로잡기도 했고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자세가 이해되지 않을 때는 거울로 다른 사람의 자세를 보고 따라 하기도 했다. 뒤에 앉으면 거울이 가려지다 보니 수업 시간에 일찍 가서 거울 앞의 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마음이 소란스러운 날에는 거울을 보면 집중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거울로 너무 많은 것들이 보이니 도망갈 곳이 없었다.


보통 요가원에 거울을 두지 않는다는 건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됐다. 처음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땐 거울이 없으면 자세를 어떻게 교정하지? 그게 제일 의문이었다. 내 몸을 똑바로 보고 바른 자세를 만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 자세를 모를 때 다른 사람의 동작을 보고 따라 하기도 했는데 그걸 모두 차단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거울을 보는 대신 눈을 감고 요가를 했던 날 내 몸에 몰두할 수 있었고 요가가 지닌 명상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선택에 집중한 것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이 너무 많을 때 어떤 것부터 따라야 할지 어려울 때가 있다. 부족한 점은 왜 그리 크게 보이는지 이걸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내가 가진 모든 게 못나게 보일까봐 조급해지기도 한다. 내가 선택한 방식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하는 부분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유연성을 길러야 하는 것처럼 못하는 거에 꽂혀서 억지로 끌어올리기보다 잘하는 근력운동을 즐기면서 나머지도 조금씩 노력하는 방법을 취했다. 잘하는 걸 알고 있기에 자신감이 넘쳤고 강도를 높이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소설을 쓸 때도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난 대사 쓰는 것과 상황을 묘사하는 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피드백을 들을 때 반복해서 들었다 보니 쓸 때마다 자신감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만큼 나도 그런 글을 써내고 싶어서 나를 항상 재촉하면서도 성장이 더딘 거 같아 조급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못하는 부분만 보면서 내 능력 자체를 모두 무시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약점만 가진 건 아니었다. 강점이라고 한다면 갈등과 사건을 만들어내는 힘이었다. 지독하게 스릴러 장르를 좋아했던 게 빛을 발해서 긴장감 넘치는 관계와, 그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잘 만들어냈다. 좋아하는 만큼 잘한다는 피드백도 듣다 보니 내가 생각할 때도 이것만은 자신 있다 보니 새로운 이야기를 짤 때도 거침없었다. 쉬운 소재를 다룰 바에야 어렵더라도 늘 안 해본 것에 도전하려 했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 작가들만 봐도 모두 완벽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건이 좋으면 대사가 매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대사가 너무 좋지만 사건 자체는 다소 일상적이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그 작품들을 계속 찾아보는 건 잘하는 걸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딱 그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그걸 보고 싶어서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물론 아직은 내가 잘한다고 하는 부분도 부족한 면을 커버해줄 만큼이라고 하기엔 모자란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내가 어디로 나아가고 싶은지,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지에 관한 문제이다. 내가 원하는 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부족한 면도 계속 채워나가야겠지만 우선은 내가 잘하는 걸 훨씬 더 잘할 수 있게 노력해서 내가 가진 색깔을 더 확고히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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