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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lin Apr 09. 2024

불청객은 아직도 찾아오고

아프지마 서러워

평소와 같은 생활을 했을 뿐이었다.     


늘 그렇듯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집 앞에서 담배하나를 피우다 문득 눈앞에 보이는 건물의 부착된 주소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유 없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시작됬다.


나에겐 앞집과 연관 있는 일은 단 한 가지도 없기 때문에 그 이유를 전혀 알지를 못했다.

그런데 무엇이 갑자기 그렇게 불안해지기 시작한 건지.

아니면 그 주소지를 보아서가 아닌 내가 지금 서있는 이곳, 내 집 앞에서의 기억 때문인 걸까.

머리는 빠르게 불안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우리 집 앞을 오갔던 사람들이 빠르게 뇌를 스치며, 잊고 싶거나 지우고 싶은 일들이 떠올라버렸다.


공황이란 불청객이 찾아온 것이다.     


곧 내가 서있고, 보고 느끼는 것들에 현실감이 없어졌다.

이 3D 공간 안에 나는 그저 게임 유저로, 매일 같은 npc를 만나며 데일리 퀘스트를 깨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안압이 오며 눈이 아파왔다.

눈에 초점을 맞춰 보려 하지만 다 닳아 버린 셔터박스처럼 핀이 자꾸 사이드로 빠진다.

속이 역해진다.


이 의미 없는 게임을 습관처럼 해왔다는 것이 문득 쓸데없다는 자각이 들며 불안감을 더 키운다.

이 게임은 아마 내 인생이 아니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아니야, 아니다 라고  대답한다.

나는 지금 잘 지내고 있다고 되뇐다.

심호흡을 한다. 심호흡을 한다.

괜찮다 나는 괜찮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필요시(알프람정.인데놀정)'약을 먹는다.


안정을 취한 후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 감정이었는지 적었던 메모를 정리한다.

운동을 습관들이고 심리책뿐만 아닌 자기 계발서도 많이 읽는 요즘, 하루하루 흘러가는 대로 살던 무기력한 나의 삶에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고 싶은 것들을 도전해 보며 실행하고 그것에 대해 성취감과 함께 행복감이라는 걸 느끼기도 하는 요즘이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이란 불청객은 이렇게 불쑥 쳐들어 오곤한다.


예전이라면 녀석에게 나에 공간을 허락하여 방 안으로 들어가 한동안 끝이 없는 긴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보내야할지 방법들이 조금씩 익숙해진다.

아직은 완벽하게 보낼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내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이들을 대해야 할지는 이제는 안다.     


잠들어있던 시간들을 뒤로 흘려 보내고 나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나는 살고 싶은 것 이다.

나는 존재하고 싶은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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