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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Apr 20. 2024

[두산인문극장 2024 권리] 아동학대와 훈육의 경계

모든 아이들의 일상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지난주엔 조금 조급한 마음으로 좌석에 앉았다면, 이번엔 나름 여유롭게 강연 자료를 읽으며 오늘 강연할 내용을 살폈다. 그래서 강연 시작 전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기대감이 커졌다. 요즘 좋아하는 극이 떠오르기도 했고, "법 개정만으로는 인식이나 행동 변화가 쉽지 않다"라는 부분을 읽고 권리란 모두 법에서 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이는 모든 강연을 들은 후 좀 더 정리해 볼까 한다).



오늘은 두산인문극장 2024 권리의 두 번째 강연으로,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의 ‘아동학대와 훈육의 경계’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참고로 아동권리보장원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도 재직 중이지만(현재는 쉬고 계다고 했다) 딱딱하고 이론만 전하는 강의가 아닌 주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사례와 통계를 바탕으로 말씀해 주셔서 쉽고 재미있게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고, 행복하기만 해도 모자랄 아이들이 아프면 더 마음이 쓰여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작게나마 후원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꼭 아프거나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하지 않더라도 가정이라는 허울뿐인 울타리 안에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실제로 2022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대 사례 중 정서학대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아동 학대가 위험한 이유는 대부분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정이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한다(나 역시도 그렇다). 가장 사적인 장소기 때문에 외부 사람이 간섭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매 맞는 사람이 있을 때는 신고를 할 텐데, 매 맞는 아동은 왜 신고를 안 하는 걸까라는 말을 들으니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아이의 주체성을 인정해 줘야지라고 생각해 왔는데, 나 또한 알게 모르게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반성하게 됐다.   



지옥 같은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무슨 잘못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런 부모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학대도 대물림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폭력을 당한 사람이라고 무조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이때 중요한 것이 성찰과 반성이라고 말씀하셨다.



부모가 되는 건 쉽지만 부모답긴 어렵다는 말이 너무 공감이 됐다. 따라서 부모 교육을 받으면 좋은데 이런 교육은 꼭 안 들어도 될 사람들이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받는다는 게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었다. 또한, 아동학대에 대한 반짝 관심 그리고 급속한 소멸이 반복되는 과정이 비단 아동 분야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흔히 있는 일이라 더 씁쓸했다.



어쨌든 오늘 강의의 주제는 "조금만 의심되면 (판단은 기관에서 철저히 할 테니 내가 판단하지 말고) 신고하자! 였다. 



아동학대 강의인데 생각나는 극이 많은 걸 보며 공연은 약자를 다루고 사회 현상을 다루는구나라고 느꼈고, 극을 보며 좀 더 폭넓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아닐 수도 있음..)! 또한, 조만간 생각났던 극들을 아동학대 관점으로 풀어낸 콘텐츠를 만들어 볼까 한다.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365일 아동의 배지를 나눠 주셨다. 정익중 원장님은 매일이 아동을 위한 날이어야 하는데 아직 아니므로 거꾸로 배지를 단다고 하셨다. 언젠가는 원장님이 배지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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