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모임이 있던 날이다.
연말이라는 좋은 핑계로 근처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갔다. 동탄과 오산의 경계에 새로 생긴 한옥카페였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내리니 커다란, 정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성인 4~5명이 나란히 팔을 벌려 안아야만 겨우 감쌀 수 있는 굵기의 나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세워진 '보호수'라는 팻말을 보고 '느티나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느티나무 맞은 편으로는 LH아파트 단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때 이 마을의 당산목이었을 이 느티나무. 느티나무가 지키던 마을은 개발이라는 이름 뒤로 사라지고 느티나무 뿌리가 뻗어나가야 할 땅마저 아스팔트로 덮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엄청난 둘레를 자랑하는 느티나무임에도 강하고 단단한 에너지보다 저물어가는 흐릿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어쩐지 아파 보여.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고, 그 당시의 수령이 410년이었다고 하니 지금은 거의 450년 가까이 된 느티나무 인 셈. 보통 노거수를 보면 산신령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나무는 힘없는 노인 같았다.
느티나무도 빠르게 자라고 오랜 생명력을 지니는 천년목이다. 내구성이 좋고 잘 틀어지지 않아 소나무와 함께 목조건축에 잘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소나무보다 귀하게 평가받아 궁궐 같은 고급(?) 건축물에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소나무 기둥이 100년을 버티면, 느티나무 기둥은 300년을 버틴다고 할 만큼 내구성이 좋다고. (출처 : 식물의 책, 이소영, 책읽는 수요일)
이런 느티나무들이 외세의 침입(특히, 고려말 몽골 침입) 때 많이 베어져 우리나라에선 귀하게 되었고 지금은 많이 보기 힘든 나무가 되었다. 그런데 신도시 개발로 인해 그나마 보존되는 나무들이 설 자리를 잃는 건 아닌지. 나무를 베지 않아도 그 나무가 살아갈 땅을 아스팔트로 덮어버리면 나무는 시름시름 앓게 되지 않을까.
우리 아파트 그만 지으면 안 되나요?
지금도 엄청, 많아 보이는데......
나는 아파트에 살면서 이런 말하기 참 민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