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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희완 Feb 16. 2021

일상

너를 보내고



예견된 삶과 죽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삶이라 함은

숨 쉬는 것조차 각할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지루함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죽음이라 함은

숨 쉬는 것조차 절실해질 만큼

처절한 간절함이었을지도 모른다.


러한 삶 죽음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쳐간

그저 그런 일상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홀연히 찾아온 낯선 일상 앞에 시선이 묶인 채

비통함으로 타들어가는 내 두 눈에 작은 위로를 다오.


너와 걷던 그 일상에 함께 발맞춰 걸을 수 없음에

원통함으로 메말라가는 내 작은 가슴에 위안을 다오.


울어라.

더는 흘려보낼 눈물이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흐느껴 비워 내라.

되돌릴 수 없음에

목놓아 크게 소리 내어 마음껏 울어라.


가거라.

등이 굽어버릴 것처럼

어깨에 이고 졌던 고단하고 무거웠던

짐은 전부 내려놓고

홀가분함으로 자유로이, 한가로이 거닐어라.


살아라.

너를 잃은 가족과

너를 잃은 벗과

너를 잃은 동료들의 가슴을 이따금씩 두드리며

여전히 네가 머물러 있는 것처럼

우리네 곁을 맴돌며 살아가라.


내 하나뿐인 사람이여.

그곳에 서서

남겨진 이들에게 그리움과 추억을 흩뿌려 다오.


내 하나뿐인 버팀목이여.

그곳에 서서

남겨진 이들의 등을 따스히 쓸어내려 다오.


내 하나뿐인 혈육이여.

그곳에 서서

남겨진 이들을 위하여 그들의 소망을 한 아름 품어다오.


하나의 생명이 피어나고

다른 하나의 생명이 지는 것 역시

우리들에게는 흔하디 흔한 일상이었다.


그러한 일상을 통탄스레 부르짖어도

황망히 찢겨나간 너의 빈자리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삼켜내고 게워내야만 하는 나에게

너는 언제까지나 단 하나의 일상으로 각인될 것이다.


훗날, 우리 다시 마주하게 되

내가 이곳에서 살았던 일상과

네가 그곳에서 보냈던 일상을 나누며

술 한잔 기울이자.


언젠가 먼 훗날

우리 다시 마주할 그날이 오면

서로를 미워했다고

하지만 그리워했다고,

서로를 원망했다고

하지만 사랑했다고.

그렇게 웃고 떠들며 술 한잔 기울이자.

보고 싶었다 있는 힘껏 서로를 부둥켜안아주자.


영면하라 소중한 사람이여.

영면하라 나의 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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