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는 비장 종양 중에서도 혈관육종을 진단받고, 비장 적출 수술을 받았다. 심장에서 혈전이 발견되어 마취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암전이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CT검사는 하지 못한 채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임상적으로나 수술 시 개복해서 장기 상태를 볼 때 여러 장기에 암 전이가 됐을 것으로 진단받았다.
퇴원 후 회복기간을 9일 정도 가졌고, 전반적인 컨디션과 혈액 검사 수치가 항암치료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우리에겐 두 가지 옵션이 있었다. 항암약물을 주사로 맞거나, 경구로 투약하거나가 그것이다. 남편과 나는 고민하고 상의 끝에 경구 항암을 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되었다.
장군이는 수술을 하더라도 기대되는 남은 생의 기간은 2~3개월이었다. 처음부터 적극적인 치료 개념의 수술을 한 것이 아니라, 통증과 증상들을 완화하여 장군이의 남은 시간을 되도록 편안하게 하기 위한 목적의 수술이었다.(완화의료라 한다.) 마음속으로는 기적을 바라기도 했지만, 병원으로부터 3개월을 넘기는 경우는 희박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니 기적으로 불리겠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신이 기적을 허락한다면 받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우리에겐 장군이가 보여주는 생의 의지를 존중하여 완화의료적 수술을 하고 남은 기간 동안 장군이의 안위를 도모하는 것이 가장 큰 지향점이었기 때문에, 장군이의 안위를 생각하면 일주일에 2~3번은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주사 항암제를 선택하기엔 맞지 않았다. 또한 모든 강아지가 그렇겠지만, 겁 많은 장군이는 병원을 벌벌 떨 정도로 싫어했다. 장군이의 상태에서 사용하려는 항암제의 효과 또한 주사제와 경구제의 차이가 경미한 경도임을 설명 들었다. 효과 차이가 극명했다면, 선택하는데 고민이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완화의료적인 수술을 한 상태에서 효과 차이가 미미한 것을 두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경구 항암제를 투약하기로 선택했다.
주사제는 동물병원 외래 진료를 보고 주사실에 항암제 주사를 맞고 퇴원하지만, 경구 항암제는 보호자가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항암제 알약을 만질 때는 접촉하지 않도록 글러브를 껴야 한다.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항암제 투약 스케줄과 체온 측정 결과를 기록했다.
주사제와 경구제 모두 항암제이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항암제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배설물을 처리할 때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항암제는 투약 시간을 꼭 지켜야 하며, 항암제의 작용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투약 후 5-7일 정도부터는 매일 체온을 측정해야 한다. 체온이 급격히 오르면 감염의 징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일주일에 3번 투약했는데, 항암제가 배설물로 배설되는 시간을 고려해 투약하지 않는 날까지도 포함해서 (결국 매일) 실외 산책을 나갈 때마다 온갖 장비를 챙겼다. 분무기, 글러브, 배변봉투, 휴지, 물티슈, 쓰레기봉투를 허리에 매는 가방에 담아 야무지게 매고 다녔다. 대소변은 풀숲에만 보도록 하고 분무기로 뿌려 모두 닦았다. 밥과 물이 누룽지 것과 섞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다견가정이라면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항암제를 2주 정도 투약하는 시점에 장군이는 가장 처음 질병이 발병했을 때의 증상을 다시 보였다. 식욕부진이 있긴 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먹는 모습은 있었는데, 그마저 고개를 돌리고 불러도 나에게 오려고 하지 않았다. 평소에 봤던 기운이 없고 힘들어서 보이는 느낌과는 달랐다. 이런 차이는 보호자가 알 수 있으므로 평소에 면밀히 봐야 한다. 세심하게 살피는 걸 잘 못하는 나도 장군이를 집에서 돌보면서 많이 변했다. 장군이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직감으로 이어졌다. 병원에 급히 전화하고 장군이를 데리고 병원에 방문했다. 완화치료 중에 있더라도 가슴이 철렁하는 것은 똑같다.
장군이의 간으로 전이된 암세포는 예상보다 빠르게 종양화되어 마치 비장종양을 처음 진단받은 것 같은 모양이 되어 있었다. 퇴원 후 약 3주 만이다. 장군이는 처음 진단받을 때와는 다르게 많이 수척해져 있는 모습으로 갈색 눈을 꿈벅거렸다. 장군이가 없는 곳에서 많이 울었다. 항암제가 들지 않는 것으로 봐도 무방했다. 이젠 정말 끝인 것만 같은 느낌이 몰려오는 걸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참을 울고 남편과 그만 슬퍼하자고,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서로를 다독였다. 우리가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장군이의 안위를 도모하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 남은 시간이 우리를 쫓는 것 같았지만, 그럴 때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떠올려 마음을 다 잡았다. 수 없이 많이...
항암제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고, 우리는 본격적인 호스피스 케어로 전환했다. 임상 간호사로서 근무하던 병원에서는 말기 암환자 등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호스피스 케어를 결정한 경우, 호스피스 케어를 전담하는 병동으로 전동 하는 업무도 있었기 때문에, 호스피스라는 것에 대해 익숙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반려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를 보면 호스피스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이 많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저 네 글자의 낯선 단어이고,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반려견 호스피스 케어라는 것에 대해 동물병원에서도 '집에서 돌보는 것'이라고 하는 것에 외에 지원해 줄 수 있는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닌 현실이다. 하지만, 병원 측이나 담당 수의사님께 상담을 부탁하여 조용한 공간에서 가능한 여유 있는 시간을 두고, 호스피스에 대한 개념이나 중점적으로 필요한 케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과 조언이라도 듣는다면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죽음을 앞둔 질환 말기 환자가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삶의 마지막을 평안하게 맞이하도록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총체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호스피스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간호 기준이며 환자와 더불어 가족 또한 돌봄 제공 대상자에 포함되지만, 반려견 호스피스는 보호자가 가정에서 돌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제외했다. 장군이를 대상으로 호스피스 케어를 재해석하여 적용했다. 특히 충분한 통증조절, 영양관리, 위생관리, 환경관리, 정서적 관리, 필요시 수의사님께 도움요청 적극적으로 하기로 나누어 호스피스 케어를 제공했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우선순위를 세우면서 돌보았다.
일반적 치료와 호스피스를 간단히 비교하여 설명하자면, 일반적 치료에서의 통증조절은 치료하면서 진통제를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호스피스에서는 진통제를 규칙적으로 투여하고 충분한 양을 투약하여 환자의 안위를 도모하는 것이 원칙이다. 장군이도 호스피스로 전환하면서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붙이는 것 외에 경구 진통제도 충분한 양으로 투약했다. 그럼에도 말기 암환자는 통증으로 괴로워한다. (암성통증이라 한다.) 일반적 치료는 완치가 목적이라면, 호스피스는 안위와 남은 여생을 마무리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임을 고려하면 돌봄의 형태와 우선순위가 환자와 가족의 상황에 따라 충분히 변동될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반려견 호스피스는 끝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동물에 대해 다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 위주의 이 세상에서 내 반려견에 대해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보호자다. 이와 더불어, 반려견이 가장 의지하고 사랑하는 보호자가 반려견 가족을 위해 마지막을 준비하고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할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정말 큰 선물이다. 종을 막론하고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죽음이지만, 갑작스럽게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장군이와 함께한 경험을 기반으로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호스피스는 반려견을 가장 잘 아는 보호자가 내 반려견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여 얼마든지 크고 작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고, 변형하여 적용할 수 있다. 장군이는 여러 가지 고기와 사료를 공수하여 먹이다가, 마지막 즈음엔 먹고 싶은 간식을 마음껏 다 먹도록 해 준 날도 있었다. 일명 먹고, 자고, 싸고의 기본욕구를 안전하게 해소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다가 장군이가 좋아하는 곳에 가서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마음껏 산책하도록 해 준 날도 있었다. 거실에 매트리스를 가져다 깔아 놓고 장군이를 돌보는 기간 동안 모든 가족이 함께 살을 비비며 지냈다. 장군이가 아빠보다는 엄마를 좋아했기 때문에 장군이가 누웠을 때 보이는 쪽을 내가 자는 공간으로 마련했다. 눈곱과 침은 수시로 닦아 주어 깨끗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도록 했다. 사망 후에는 여러 가지 용품을 준비하는 것보다 깨끗한 모습으로 떠나보내는 것이 좋다고 미리 생각해 두었다. 이러한 모든 것이 호스피스다. (보호자의 상황 즉,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체력적, 환경적 상황을 잘 조절하고 배분하는 부분도 어렵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다.)
같이 돌보는 가족들이 있다면, 또는 혼자 돌보더라도 반려견의 상태를 고려하여 어떤 것을 우선하여 돌보아야 하는지(기본적인 케어 부분은 수의사선생님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어떤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고 싶은지와 같은 것들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내 반려견에게 맞게, 우리 가족에게 맞게 행복하고 소중한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반려견이 최대한 평온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써 반려견의 삶 전체를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좌) 기운이 많이 없었을 때, 2-3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변경해 주었다. (우) 곤히 자는 장군
(좌) 산책 나갔다가 초집중한 장군 (우) 엄마랑 같이 사진 찍는데 카메라를 안본다. 앞다리나 뒷다리에는 주사를 맞거나 마약성 진통제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