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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네숨 Dec 09. 2024

불안, 달리기 명상으로 떨치기

새볔녁 20분의 마법. 


사람이 혼잡한 전철 속과 일터에서 바삐 하루를 보냈다면 감정들은 어딘지 모르게 찌뿌둥하고

누군가로부터 안좋은 감정을 괜히 느꼈을지 모른다. 점점 매일 출근길이 괴로워진다면..?


그런 일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평일 하루 1번이라도 해뜨기 전, 달리기를 시도 해보기로 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빠르게 달리는 달리기 말고, 명상 같은 달리기를 하는 하루 "


그리고 동트기 전 새벽, 6:20분쯤 일어나 

하늘 가득히 비어있는 곳을 바라보며 달리기에 호흡을 맡기며 천천히 뛰었다. 


 해가 뜨기 전 아침은 밤처럼 하늘이 깜깜했다. 

 그런데 점점 하늘색이 옅어지면서 마치 하늘에서 누군가가 리트머스 종이를 꺼내는 것 처럼 점점 색은 밝아졌다.  기분이 나의 감정과 바깥풍경의 색과 묘하게 변화했다.


 그리고 조금 땀을 흘릴 정도로 뛰었는데 기분이 참 상쾌해졌다.


퇴근 후 밤이 되고, 아침의 기억을 떠올리며 내 마음 상태를 살펴봤다.

달리기를 하고나서의 마음의 상태는 꽤 안정적이었다

즐겁고 기쁜일은 그 상태로서 좋기 때문에 감정자체가 바라는 상태가 없다. 나를 채워주는 공감능력이 더 확대되고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감정은 계속 유지하고 싶어지고 달리기가 또 간절해진다. 


이처럼 달리기에 대한 간절함이 생긴 이유는

불안과 우울에 빠져 항불안제약과 신경안정제를 먹으며 치료를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겁게 축 쳐진 감정과 기분들을 처리하기가 어려워져,  희망없는 절망적인, 어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 고독감과 공허함은 꽤 오랜시간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또 우울과 불안의 감정만큼  자신을 애타게 바라봐달라는 감정도 없을 것이다. 



<가셰 박사의 초상화> 반 고흐

       


내가 생각하는 우울은 고흐가 그렸던 가셰박사의 표정처럼, 지쳐보이기도 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감돌 때가 있다. 그래서 그 우울함에 더 깊게 빠져들 때가 있고 불안이 일으키는 힘은 더욱 강하게 나에게 더욱 매달려 있었다.  그 감정이 에너지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소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언가에 맹목적으로 매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상태는 더욱 나를 악화시켰다. 

신경계의 불안정한 상태 즉,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자율신경 이상으로  사람이 많은 지하철과 쇼핑몰에서의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각성불안상태가 높아질 수록 어려운 업무 수행능력이 떨어질 수록, 노력은 해보지만 긴장과 불편한 감각들은 더욱 잦아들고 심해졌다. 


그럴 때

어떤 사고와 판단으로 자신의 감정을 돌보려고 부정적 생각에 빠져 회피하려거나 공황이 생기는 이유와 원인을 다른 배경과  외부의 환경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다행히 공황장애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며 그 안에 숨겨진 나의 심리도 이해해보면서 불안과 공황상태를 회피하기 보다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깨닫게된 것은 <굿바이, 공황장애>라는 책을 통해서 나의 호흡이 거칠다고 해서 꼭 그것이 공황이 아님을 인지하게 됐다. 오히려 그 숨가쁜 호흡이 더 즐거운 것이 될 수 있다라는 발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 고통의 터널에서 겨우 내가 벗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달리기를 하였다. 

많이 오래 달리지 않아도 됐다.


부교감신경으로 불안정해진 호흡을 달리기를 하면서 내쉬고 마쉬는 호흡으로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을 느끼며 뛰도록 움직였다


바깥의 공기와 조화로이 움직이고 어떤 소음도 없는 고요한 상태로.

날 괴롭히는 어떤 것은 구름에 흘려보내고 그림자가 사라지듯 잊혀지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달리는 동안은 몸의 근육이 오히려 이완되며 주변의 풍경에 몰입할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것이 달리기 명상이라고 생각되는 첫 시작이었다. 

 

그리고  공황장애를 겪은 후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무라카미의 달리기는 마라토너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달리기이자 명상에 가까운 달리기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명상 상태와 비슷한 주법이었다. 해변의 풍경은 아름답고, 오츠크 해의 바다 냄새가 맡아졌다. 이미 해가 저물기 시작해서(출발한 것은 이른 아침이었으나), 공기는 티끌 한 점 없이 맑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6장 중에서 







바람을 느끼며 매번 풍경의 순간들이 낯설고도 새롭게 변화되고 있음을 감탄하는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내 심장이 파도의 맥박처럼 뛰고 있음을,

내 심장이 우주의 별빛처럼 빛나고 있음을,


그리고 

잠자기 전, 눈뜨기 전 


바다냄새와 대양의 푸른 풍경들이 그려지는 곳에서의 평온한 달리기를 또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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