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

by 아침햇살

현대인과 교회의 사명이란, 마치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네비게이션으로 소크라테스의 집을 찾는 일만큼이나 어리둥절하고 신선한 주제입니다. 늘 말 많고 탈 많은 세상 속에서 교회도 한 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마치 엉뚱한 위치에 심겨진 분재 같습니다. “세상은 그렇고 그렇다”는 노래가 바람결에 스치고, 이따금 누군가는 “그래도 교회는 교회지!”라고 외치지만 정작 교회와 세상 사이에는 사람 뛰어다니는 단선도로만큼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분명한 건, 교회도 세상도 엉망일 땐 똑같이 썩은 냄새가 난다는 거죠.

한 번 현대인을 해부해 봅시다. 우선, 다 바쁩니다. 누가 “요즘 어때?” 하고 물으면, 자동 응답처럼 “바빠 죽겠어!” 하고 답합니다. 기계가 나타났으면 좀 느긋해져야 되는데, 우리는 시계랑 경쟁하느라 오히려 더 바빠졌습니다. 옛날엔 흙탕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서 우물물을 떠다 마셨다는데, 지금 누가 그랬다간 뒤에서 자동차 경적이 울릴 거예요.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조급병, 현대인의 유행병입니다.

머리도 복잡해요. 인구가 많으니 의견도 많고, 뉴스는 넘쳐나고, 내 친구의 친구가 갑자기 내 상사가 됩니다. 누가 나를 지켜보고, 또 누군가 나를 도청하는 007의 시대! 진짜 정보는 사라지고, 가짜 뉴스만 넘실댑니다. 두뇌는 가끔 기계보다도 더 복잡하게 돌아가죠.

거기에 심신도 지칩니다. 거리엔 매연, 마음엔 공해.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다’는 구호 아래 이기심마저 자연스럽습니다. 체력도 정신도 바닥나서 주말엔 침대와 한몸을 이루는 이들이 흔하지요. 미국 얘기를 하자면, 움직이는 기계, 생산하는 국가, 힘 있으면 무조건 밀어붙이는 슈퍼 파워! 이런 분위기 전염되어 저희도 모두 철인로봇처럼 움직입니다.

이 모든 현상이 결국 “내가 신이다”라는 착각에서 비롯됩니다. 조용한 밤, 자동차 경적 대신 하늘에서 천둥이나 한 번 쳐주면 입이 절로 닫히고, 엉뚱한 상상도 사라질 텐데 말이에요. 옛 욥처럼 조용히 “네, 잘 모르는 거 많군요. 이제 입 다물랍니다” 하며 물러나는 법을 아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장자는 시체처럼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 진짜 에너지가 모인다고 하고, 성서는 하느님의 영이 종에게 임한다고 합니다. 뭔가를 하겠다는 주체적 자세가 아니라, 등불 들고 신랑을 기다리는 자세, 즉 “오늘 뭐 시키실까…”를 기대하는 종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거죠. 예수님도 그랬으니 우리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휴식 한 번 경험해보고, 내 인생의 브레이크 패드도 점검합시다.

그래서 진짜 힘은 신이 아니라 사람 안에 들어오는 영에서, 꼬장꼬장한 내가 아니라 주어진 역할을 받아들이는 종의 자리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삶 대신, 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하는 삶—이게 바로 ‘동중정(動中靜)’이겠지요.

결론적으로, 우리가 다 신이 아님을 인정하고, 세상에는 나와 똑같이 고민하며 사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서야 교회란 게 무엇인지 감이 옵니다. 그저 피조물끼리 함께 살아가며, 신을 주인으로 모시고 세상이라는 넓은 밭에서 고군분투하는 농부들이란 겁니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는 썩어가는 밭 한쪽에서 꽹과리 소리 대신 고요함을, 시끄러운 세상 속에 작은 소망의 불빛을 남겨두는 교회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신나고 버거운지, 그게 인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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