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요가, 이젠 마라톤이야.
연말 연시를 지나며 부쩍 많은 것들을 함께 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운동에 대한 열정이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두려움보다는 두근거림이 많은 사람들이란 것은 이미 알고 있던 터.
나는 지난 2023년 두 차례의 10K 마라톤을 나가며 경신해둔 기록을 생각하며 봄 마라톤 대회 참가를 안그래도 고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2024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평범한 겨울 날, 여럿이 모여있던 자리에서 나는 이들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5키로미터 마라톤 나가볼래요?"
그런데 이 사람들, 덥썩 문다.
오, 좋죠. 근데 처음이어도 할 수 있겠죠?
이렇게 흔쾌히 수락한다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몇 달 간 이들의 코치이자 동료 선수가 되어야 했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어야 하는 법.
나는 이들 대비 엄청난 경력자로써 러닝과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가야 할 의무가 있었다.
코치 호야의 경력
2017-2018 다이어트 목적으로 포항시 해안도로에서 뜀박질을 시작함
2019 취업과 함께 러닝화를 하나 샀다. 동네 러닝트랙에서 혼자 뛰기 시작
2020 첫 5K 마라톤 완주
2021 두 번째 5K 마라톤 완주
2022 첫 10K 마라톤 완주
2023 첫 KM 당 5분 대 기록으로 10K 마라톤 간신히 완주
이런 다섯 차례 이상의 단축 마라톤 대회 완주에 빛나는 엄청난 경력 대비 함께하게 된 제제, 찬, 엘라는 아무래도 하늘과 땅 같은 경력 차이가 있었다고나 할 수 있겠다.
나는 즉시 그동안 사용했던 Runday 런데이 앱과 Nike Run Club 앱을 우리 예비러너들에게 추천했다.
"얼른 가입부터 하세요. 여기 크루 기능이 있어서, 챌린지 측정을 같이 할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이 크루 기능이 끝까지 활성화 되지는 않았지만, 각 러닝 앱은 대략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함께 뛸 때도 각자 이 앱으로 러닝 기록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어쨌든 그나마 좀 달려 본 경력이 있다는 것 만으로 조금이나마 도와줄 수 있는게 있단게 신기했다.
처음엔 4월에 있는 마라톤을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었기에 2월이 되자마자 연습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살을 에는 바람이 부는 2월의 추운 어느 토요일 아침, 우리는 올림픽공원에서 접선했다.
추운 날이었다. 분명 주중엔 조금 날이 풀려 햇살이 따뜻해졌었던 것 같은데, 이 토요일 아침 만큼은 추웠다. 가만히 있으면 살이 너무 아리길래, 서둘러 준비운동을 마치고 즉각 3KM 달리기를 시작했다.
어라, 생각보다 잘 달리는데?
다들 아무런 배경 없이 운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일까, 아침 헬스장 운동을 다니는 제제, 클라이밍에서 2024년엔 복싱을 다시 시작한 찬과, 요가를 꾸준히 해오던 엘라, 테니스를 배우고 있던 MJ 까지, 모두들 첫 러닝을 꽤나 잘 뛰었다. 모두들 부상없이 적당한 빠르기로 마칠 수 있었고, 단체 운동의 꽃, 입맛을 돋궈놓은 덕에 맛있는 피자와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송리단길 카페까지 가게 되었다.
역시 운동은 하기 전엔 몸부림 칠 듯이 하기 싫고, 끝나면 그만큼 개운한 일이 없는 법.
이 날의 러닝에 다들 탄력을 받았는지, 우리는 곧장 다음 러닝 일정을 잡게 되었다.
이 때 부터 찬과 엘라와 나는 주중과 주말 각 1회 씩 주 2회, 월 10회 정도의 러닝을 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