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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호야 Sep 23. 2024

ESG 행사를 기획해 보자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해 보자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완성한 것을 끝으로, 브랜딩은 더 이상 OKR을 만들지 않고 스터디그룹으로 남기로 했다. 한 분기동안 바쁘게 진행하는 것이 버겁기도 했지만, 브랜딩에 대해 회의적인 임원의 의견을 듣고 사기가 꺾인 탓이 더 컸다. 


마케팅팀 네 명과 디자이너 고야가 다시 한 팀이 되어 스터디를 진행하게 됐다. 마침 희귀 질환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그날을 기리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해 보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직 회사 차원에서 어떠한 오프라인 이벤트도 진행해 본 적이 없던 터라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그래도 팝업스토어가 한창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여서, 우리 회사가 만든 팝업 행사를 직접 기획하는 것에 모두 열의가 느껴졌다.


열의는 넘쳤지만, 다른 업무를 하며 틈틈이 진행한 스터디였기에, 기획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었다. 멤버 중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보니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나마 내가 마케팅 대행사에서의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기획안 형태로 전체 아이디어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이벤트를 해서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이죠?


거의 두 달 만에 기획안 초안을 완성했다. 온라인 심리테스트와 4컷 사진 부스를 이용한 오프라인 팝업 부스였고, 영화관 내에서 팝업 행사를 운영할 수 있는 베뉴와 예상 금액까지 모두 정리한 자료를 만들었다. 꽤나 새로운 아이디어이고, 구체적인 기획안이라 마지막 장을 완성하고는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세일즈팀 임원에게 기획안을 공유하던 날, 우리의 기대는 산산이 무너지고 말았다. 캠페인의 목적이 불분명하고, 자칫하다가는 환자에 대한 희화화가 우려된다는 다소 부정적인 피드백이었다.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너무 좋은 기획이라는 칭찬을 기대했던 기대는 와장창 깨지게 됐다. 


우리만의 즐거운 상상에 빠져, 기획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몰두하다 보니, 행사의 의도와 목적, 성과 등 당연히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두 달간 기획을 위해 리소스를 낭비한 것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피드백이 돌아왔다. 작은 기획 단계일 때 미리 공유가 되었으면, 두 달간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겠냐는 의견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보다는 구체화된 것을 보고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판단의 미스였다.



직접 참여하는 온라인 이벤트 진행


계획을 빠르게 변경해 새로운 기획안을 제작했다. 이번에는 세부적인 내용 없이 큰 단위의 아이디어와 개요만 정리해 먼저 보고했다. 시간이 정말 부족했기에, 기획을 위해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했다.


환자에게 위로가 되는 곡들을 모아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한 적이 있는데, 이 기획을 이어가되, 환자에게 직접 사연을 받아 곡을 선정하는, 참여의 요소를 추가한 기획이었다. 


사연을 받을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메이브가 환자와 보호자가 모여있는 카페에 글을 올려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결과는 좋았다. 하루 만에 열 개의 사연이 도착했다. 하지만 광고글로 판단한 카페 측에서 글을 강제 삭제해 버렸다. 할 수 없이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며칠은 반응이 없다가, 3일째 되던 날 사연이 계속해서 빠르게 늘어났다. 반응이 신기했다. 


하지만 나중에 제보를 받아서 확인해 보니, 이벤트를 공유하는 카페에 우리 글이 퍼져있었고, 가짜 사연을 적어 보내는 체리피커들 덕분에 참여가 빠르게 늘어났던 것이었다. 결국 50개의 사연이 접수됐는데, 몇 퍼센트나 실제 사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체리피커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던 기회였고, 향후 참여 이벤트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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