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잊을 수 없던 여러 밤들 중 하룻 밤
어느 날
밤중엔
유난히
잠이 늦게 들었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겨우 잠든 눈 꺼플 사이로
할머니 소리가 비집고 들더니
잠이 홀딱 깨버렸다.
무슨 소린진 모르겠다.
그치만 분명 누가 와서
마치 함께 이야기하는 눈치였다.
무서운 마음 반,
수상한 마음 반...
이 추운 겨울날 그것도 늦은
이 밤중에 누가 왔지? 누구지?
무서운 마음 반, 수상한 마음 반...
주섬주섬 불을 켜고
할머니방으로 갔다.
그래 봤자 두세 걸음이 다다.
할머니 방이 아니었다.
세탁기 쪽으로 갔다.
그 광경을 본 순간
왜 난 소름이 돋았는지
알 길이 없다.
평소에 계단 하나도
오르기 힘들어하는 할머니였는데
내가 겨우 올라가기도 힘든
세탁기 위에 올라가 있었다.
심지어 공간이 비좁아 무언 가를
딛는 것도 불가능 한 곳인데
어찌 올라갔는지 놀랍기까지 했다.
그러곤 창문을 열기 위해
낑낑 힘을 주고 있었다.
“OO야 여기 감옥이야
우리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
“할머니 무슨 소리야
여긴 내 방이고 이건 세탁기잖아!!
할머니!!”
너무 무서운 만큼
정신은 똑바로 차렸지만
내 목소리는 유난히 컸다.
무서움을 꾹꾹 참고 억눌렀더니
목소리에서 이 모든 것들이 뿜어져 나왔다.
“할머니 조심!! 일단 내려와!!
도대체 어떻게 올라간 거야? 아이 참..!”
“아!! 하!! 일로 가면 나가는 길이 있어?”
하면서 겨우 겨우 내 손을 잡고
세탁기 위에서 할머니는 겨우 내려왔다.
그러곤 밖으로 자꾸 나가야 한다면서
옷도 입지 않은 채 문밖으로
빠른 걸음으로 뛰쳐나가는 게 아닌가?
맨발로
따라 나왔다.
나 또한 옷 입을 새도 없이
맨발로 따라 나왔다.
추웠지만 겨우 할머니를
방으로 끌고 데려와
앉혀 놓고 나서야
발이 꽁꽁 어깨가 으슬으슬한
추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할머니는
왜 그렇게 탈출 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할 새가 없이
"에휴~"
하는 한숨과 함께
나도 모르겠다 는 식으로
폴싹 옆으로 누우며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폴싹 옆으로 눕더니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할머니가 잠이 들고서야
내 방에 와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나를 다독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처음 겪어 보는 할머니의 행동들..
생각할수록
아찔해지는
상상들...
만약 내가 발견 못한 채로 자는 동안
할머니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면?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1층이 아닌
3,4층 높이 아니 그 이상 되는
층이었다면?
생각할수록 아찔해지는
상상 들이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온건가?
하는 생각이 무덤덤하게
스며드는 거 같았다.
유난히 길고 긴 겨울밤이었다.
더 긴 밤이 오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 채
나도 겨우 겨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