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은 할머니가 수즙은 듯 나에게 와서 말했다.
가끔은 할머니가
소녀가 되어
나에게 말을 건다.
가끔은 할머니가 소녀가 되어 나에게 말을 건다.
수줍은 듯이 살며시 와서
두 손을 곱게 펴 내밀었다.
"발 가이 칠하는 거 있음
그거 나도 해주어봐"
그 뒤에 할머니가 왜 칠하려고 하는지
기어 들어가는 말소리로 이야기 하지만
나에겐 들리지 않는다.
재미있는 놀이 거리라도 생긴 거 마냥
헐래 벌떡 매니큐어 통을 찾았다.
할머니 꾸며주기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
그리고 제일 빨간색에 가까운 걸로 정성스레 칠했다.
열손가락다 말고 끝에 두 손가락만 고집한다.
할머니는 꼭 봉숭아 물들인 것 마냥 하고 싶다고 했다.
할머니가 소녀가 될 때는
나도 할머니와 함께 참 잘도 논다.
내심 예쁘게 할머니를 꾸며주니 기분이 좋아진다.
할머니가 자주
소녀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