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직장생활] 근태기록은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아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취업 준비를 하다가 2021년에 첫 직장에 입사했어요.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사장님과 사모님은 거래업체에 거짓말과 탈법, 뒷담화를 일삼고, 사이비종교를 직원들에게 세뇌시키려 했어요. 투자금은 숨기고 조작하기 바빴고요. 그러니 경력직도 버티질 못하고 한 달 가량 다니다가 나갔고, 1년 동안 퇴사자만 50명이 넘어요.
과장급 업무를 신입인 제게 시켜서 모든 경영 관리를 도맡아야 했어요. 사장님은 절 개인 비서처럼 부리면서 온갖 모욕적인 말로 자존감을 깎아서 퇴근길엔 눈물이 쏟아내리기 일쑤였어요. 그렇게 버티다가 퇴사했는데 갑자기 고소장이 날아왔어요. 근태기록표가 회사의 기밀 자료라면서, 제가 이를 유출했다고 고소를 했더라고요. 알고보니 저만 고소당한 게 아니었어요. 근태기록표가 회사 기밀에 해당하는건가요? 앞으로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직장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고소를 당해 난처한 입장에 처한 사연이 <컴퍼니 타임스>로 왔습니다.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특히 사회초년생에게는 “고소당했다”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큰 위협과 부담이 되는데요. 어떤 것이 기밀에 해당하는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사회초년생에게 위법 여부를 떠나 송사에 휘말리는 것만큼 겁나는 일도 없죠. 맘에 들지 않는다고 고소하는 보복갑질 문제도 심각한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태기록은 기밀 유출로 보기 어렵습니다.
먼저 기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데요.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비밀’이란 이름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정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야 하고(비공지성), 수익 등을 낼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어야 하고(경제적 유용성), 시간과 비용 등 공들인 노력으로 비밀리에 지켜온 기술 혹은 경영상의 정보(비밀관리성)임이 인정돼야 합니다.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 도 10389 판결)
그런데 출결(출근과 결근)을 뜻하는 ‘근태(勤怠)’ 기록은 위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해서 ‘영업비밀’로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업무상 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누설 등에 해당하는지 판단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435 판결) 등에서는 보다 자세히 ‘영업비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요.
‘영업비밀’의 세 가지 요건으로 먼저 “간행물 등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에 알려진 정보가 아니어서 보유자를 통해서만 입수할 수 있는” 정보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관계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정보 보유자가 정보 사용을 통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즉,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정보여야 한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비밀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알리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대외비’처럼 문서에 누가 봐도 비밀임을 알 수 있는 표시가 돼있거나,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된다는 정보라고 직원들이 인식하고 있고, 해당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없어야 한다는 거죠.
이와 달리 근태기록은 회사가 이 기록을 얻으려고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거나, 개발하기 위해 돈을 썼다거나 공들인 기록이 아닙니다. 경제적 가치도 없고요. 그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특정한 사람만 볼 수 있도록 비밀로 관리한 자료로 통상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자신이 직접 근태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회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직접 근태기록을 회사에서 얻지 못해도 증빙할 수 있는 간접 기록들도 있습니다. 출퇴근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교통카드 기록이나 회사를 오간 모습이 찍힌 CCTV나 동료들의 증언, 컴퓨터에 접속한 로그 기록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이유로 근태기록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단, 경영관리 업무를 맡으셨다면 사내 자료에 다른 직원들보다 접근하기 쉬웠을 텐데요. 자신의 근태기록만이 아닌, 동료들의 근태기록이 함께 적힌 문서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외부로 유출했다면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 멸실, 변경, 위조 또는 유출하는 행위"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제59조 제3항)에 해당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보통 근태기록 관련 자료는 먼저 회사에 발급 요청을 하게 됩니다. 근로 시간 초과로 인한 수당 미지급이나 법적으로 가능한 연장근로한도를 초과했을 때, 퇴직금 지급 대상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와 같은 경우에 주로 필요한데요.
30일 이상 회사에서 일했던 근로자가 무슨 일을 했고, 얼마나 다녔고, 임금은 얼마를 받았는지 등에 대한 증명서를 회사에 요청하면, 회사는 사실대로 적은 증명서를 즉시 발급해줘야(*근로기준법 제39조 제1항) 합니다. 자료 청구는 퇴직 후 3년까지 가능하고요.
*근로기준법 제39조 제1항: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후라도 사용 기간, 업무 종류, 지위와 임금,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증명서를 청구하면 사실대로 적은 증명서를 즉시 내주어야 한다.
때문에 근로계약서, 임금대장, 임금결정 지급방법, 임금계산 기초에 관한 서류, 고용, 해고, 퇴직에 관한 서류, 승급, 감급, 휴가에 관한 서류(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용증명서)는 3년간 법(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2조)으로 보존하게 돼 있습니다. 회사에서 계속해서 제출을 거절하거나 자료가 없다고 한다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거나 근로감독을 청원하면 됩니다.
단,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근태기록'은 ‘사용증명서'가 아닌 ‘확인조회'에 해당한다고 봐서 끝까지 회사에서 거부하면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건데요. 매월 근무한 상황이나 결근한 기록을 비롯해 급여명세서,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취업규칙 사본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용증명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증명서를 발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1992.11.17, 근기01254-1870)
사연의 경우 회사 측이 고소하는 게 적절한 게 아니라, 반대로 ‘직장 내 괴롭힘’(**근로기준법 제76조 제2항)으로 민사상 위자료를 청구당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준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데, 지위와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대표가 “모욕적인 말로 자존감을 깎았다”는 내용이 그렇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 제2항: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해서는 아니 된다.
녹취나 동료 증언 등 구체적인 증거가 있고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만약 관할 지역 고용노동청에 해당 문제로 진정을 넣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퇴사가 인정된다면 ‘수급자격이 제한되지 않는 정당한 이직 사유'에 해당해서 자발적 퇴사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상황과 경우에 따라서는 현실적으로 적용이 쉽지는 않지만, 모욕죄(형법 제311조) 등으로 형사 고소 및 처벌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 중이라면 알려주세요. 같이 고민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