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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Dec 30. 2023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사람들.

2022년의 내가 2023년 나에게 던졌던 질문

 소문난(내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불교 신자인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스마스만은 진심이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그 시간들에 대해 진심이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 속에 벌벌 떨다가 따뜻한 곳으로 갔을 때 몸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은, 그런 안온함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내가 겨울의 가장 큰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매년 돌아오는 날임에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거리 곳곳 화려한 불빛들로 설렘을 시각적으료 표현해내는 걸 보면 괜히 흐뭇해진다. 29살, 아빠에게 20대 마지막 선물로 크리스마스 오르골을 사달라고 할 정도면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성인이 되면서 취향이 조금 더 뾰족해진다고 생각할 즈음 친구가 어떤 색깔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초록색 배경의 남색과 빨간색이 섞인 체크무늬를 좋아한다했고, 눈떠보니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도 내가 왜 그런 취향을 갖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크리스마스의 영향이 가장 컸으리라 짐작한다. 종교를 막론하고 모두가 바라는 어떤 특별한 분위기와 냄새가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하지만 나는 정확하게 말하면 크리스마스 시즌을 좋아하는 거지 25일, 당일 자체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숨막히는 맛집 웨이팅과 거리에 빼곡하게 채워진 사람들 그리고 거기엔 늘 그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했던 내가 있었다. 어쩌면 썸은 좋지만 연애는 싫은 사람들의 심리와 같은 것일까? 매해 그렇듯이 12월이 기다려지면서도 25일이 다가오질 않기를 바랐다. 모든 것은 절정을 찍고나면 파르르 식어버릴 때의 허무함은 좀처럼 익숙해지기 힘들기에.

  더욱이 슬픈 건 이번에도 당일엔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다는 것. 다이어리를 펼쳤는데 25일 칸에는 2022년, 1년 전의 내가 올해의 나에게 쓴 작은 메모가 있었다.


‘너 아직도 혼자니...?’


 웃프지만 ‘나 그래도 올해는 너무 바빠서...’라며 스스로에게 멋쩍은 핑계를 댔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의 반짝반짝한 느낌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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