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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Oct 28. 2024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도서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산골에서 서울광장까지, 시민추모대회 그 한복판에 선 도서출판 플레이아데스

2024년 10월 26일 토요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

다녀온 마음을 시간 역순으로 

담아 봅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요....  


♡이야기 하나: 사랑이여~♪

진짜 오랜만에 기타를 꺼냈어요.

그동안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데

꾹 참았죠. 이거 한번 잡았다간

기타와 노래의 바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다른 땐 상관없지만

책 마무리 작업을 앞두곤 

철저한 방어가 필요했습니다!      


제 마음에 흐르던 유심초의 노래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를 불러 봅니다.


오늘은 그래도 될 것 같아서

요놈을 손에 쥐었더니만 금세

손가락이 아파 오지 뭐예요ㅠ. 

늘 어느 정도는 살아 있던 

기타용 굳은살이 어느새

사라졌더라고요. 기타 소리도

덩달아 삐거덕....     


그래도 불러 봤어요. 

잔잔하고 차분히 스미는 노래,

서울광장 가기 전날 밤 유독 

제 마음에 흐르던 유심초의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      


♡이야기 둘: 날이 어둑해질 무렵 

서울광장은 이태원 참사 추모 행진 행렬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렇게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가슴 벅찬 장면을 마주하며 

펼쳐 놓은 짐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분이 다가와서

물으셔요. 책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어둠 속에서 책을 열어 보지도 않고 바로 구입해 주시던 어느 손님의 뒷모습.

 

상자에 담아 둔 책을 꺼내었어요.

카드 결제까진 준비하지 못한 형편이라

나름 단정하게 써서 마련한 계좌번호를 

보여드렸는데 잘 안 보인다고 하시네요.      


“제가 번호를 불러드릴까요?” 

“그래요, 내가 시작~ 할 때 불러 줘요.”      


입금이 완료되고

책을 건네드리고 

돌아서는 그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으시기에 책 내용도 보지 않고 어둠 속에서 표지 그림만 살짝 바라보시곤 바로 이 책을 가방에 넣으셨을까. 연세가 나보다 한참은 위로 느껴졌는데, 부디 이태원과 얽힌 아픈 사연이 없으시기를....’ 
      

♡이야기 셋: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선생님 

밝은 시간에 박래군 선생님이 부스 앞에 들르셨어요.

사실은, 바로 눈앞에서 뵌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이름과 소중한 활동들이야 

너무나 많이 보고 또 들어 왔지만요.     


“어? 박래군 선생님 맞으세요?”     


제 쑥스러운 물음에 환히 웃으시기에

맞구나, 싶었습니다.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선생님이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부스를 찾아 주셨어요.


“와~ 안 그래도 이 책을 꼭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먼저 와서 만나 주시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대표님은

다행히 아는 사이셨나 봐요.

두 분 나란히 앞에 두고 사진 찰칵!     

다시 한 번 박래군 선생님~

진짜 진짜 반갑고 기쁘고 고맙습니다!     


♡이야기 넷: 서울광장에 마련된 보랏빛 현수막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바로 옆 부스는 

<진실동행2024>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였습니다. 솔직히 첨엔 잠깐 긴장했더랬어요.   

이렇게 가까이서 뵌 적이 처음인 데다가

그 이름 앞에 너무 작아지는 마음에....    

 

그래도 용기 내서 냉큼 인사드렸죠.

최대한 예의 바르게 고개 숙여 

웃으면서 간단하게 “안녕하세요!”   

   

재밌고 유익한 행사를  많이 준비해 지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준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부스.


두 선생님이 우리 부스로 오시더니

마수걸이부터 해 주시네요. 

왠지 죄송한데 진짜 고마운 나머지,

그만 한발 더 나아가 버렸어요.      


“저, 제가 화장실을 좀 가야 하는데

부스 잠시만 좀 봐주시겠어요?”     


아, 그랬더니 저기 화장실이 젤 가깝다,

아니면 이쪽 화장실로 가면 된다, 

친절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 순간부터 마음이 턱 풀어졌습니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선생님들이 

너무 편해진 거예요. 


그 뒤론 내내 이분들 옆에 있는

순간순간들이 무척 고맙고

푸근하기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재밌고 유익한 행사를

많이 준비하셔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흥 넘치는 순간들을 누릴 수 있었답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부스 옆에 있는  순간순간들이 무척 고맙고 푸근하기만 했습니다.


헤어질 때 처음의 낯설음은 어디로 가고

조금 큰 소리로 인사드릴 수 있었어요.     


“오늘 정말 최고로 멋지셨어요. 

함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10년 세월도 흘려보내지

못했을 그 아픔들까지야 감히 

짐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요, 

지금도 그 얼굴들 한 분 두 분

생각이 나요. 그 활기찬 웃음과 

몸짓들도요.       


♡이야기 다섯: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도서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라는 

기다란 현수막을 서울광장에서 

딱 마주한 순간의 느낌은,

공간이 무척 넓~다!       


땀 뻘뻘 흘리며 끌고 온 캐리어 열고는

책이랑 이거 저거 펼치고 부리면서 

걱정 반 기대 반 그랬습니다.      

아, 이 너른 광장에서 작디작은

도서출판 플레이아데스는

어떤 발자욱을 새길 수 있을까.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라는   기다란 현수막을 서울광장에서 딱 마주한 순간의 느낌은,  공간이 무척 넓~다!

  

그럼에도 아늑한 마음은 

금세 찾아오더군요. 서울살이 때

너무나도 낯익은 공간이니까요.

무슨무슨 집회 참여한다고

이 잔디 위에서 밤새운 날들쯤

당연히 있기도 하고요.      


무척 오랜만이어서 

더욱 반갑기도 한 이 자리에서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에

관심을 주신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책 설명 필요 없이 바로 

계산부터 하시는 분, 

책 속을 차근차근 살피는 분,

표지를 찍어 가는 분,  

현장 할인 값 마다하고 

정가의 금액을 주고 가신 분들까지....     


우르르 몰려온 청년들이 책을 보며 우수에 젖던 눈빛과 몸짓들이 생각납니다. 

 

무엇보다 우르르 몰려온 청년들이 

책을 보며 우수에 젖던 눈빛과 몸짓들

그러다 서슴없이 지갑을 열던 

그 손길엔 미안한 마음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이 친구들에게도 혹시라도 무언가 

사연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싶어서요

.

.

장수 산골에서 고속버스로 네 시간 

(토요일이라 좀 막혔어요. 

보통은 세 시간 반이면 충분한데요.) 

서울광장에서 아름다운 네 시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수로 오기까지

다시 네 시간. 

오가는 지하철에서 두 시간쯤.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스물네 시간의 대부분을 

거리에서 보낸 지난 토요일 하루를

다섯 가지 이야기로 간추리며

출장이 안겨 준 피로를 

가만가만 마사지해 봅니다.      


책 담은 캐리어가 꽤 무거워서 끌었다가 들었다가 하면서 간신히 서울광장에 다다를 수 있었어요.  


책 담은 캐리어가 쫌 묵직했던지라

어깨 허리 근육이 좀 놀란 것 말곤

많은 것들이 평온한 

어느 작은 산골 출판사의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참가 후기이자 출장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긴 글 이것으로 마칩니다.      


짧게 쓰려고 시작한 글이

예상 가능하게 길어진 것은

아마도 분명 ‘사랑이여’ 노래

덕분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랜만에 기타에 기대 마음을 읊조리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정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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