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서울광장까지, 시민추모대회 그 한복판에 선 도서출판 플레이아데스
2024년 10월 26일 토요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
다녀온 마음을 시간 역순으로
담아 봅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요....
♡이야기 하나: 사랑이여~♪
진짜 오랜만에 기타를 꺼냈어요.
그동안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데
꾹 참았죠. 이거 한번 잡았다간
기타와 노래의 바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다른 땐 상관없지만
책 마무리 작업을 앞두곤
철저한 방어가 필요했습니다!
오늘은 그래도 될 것 같아서
요놈을 손에 쥐었더니만 금세
손가락이 아파 오지 뭐예요ㅠ.
늘 어느 정도는 살아 있던
기타용 굳은살이 어느새
사라졌더라고요. 기타 소리도
덩달아 삐거덕....
그래도 불러 봤어요.
잔잔하고 차분히 스미는 노래,
서울광장 가기 전날 밤 유독
제 마음에 흐르던 유심초의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
♡이야기 둘: 날이 어둑해질 무렵
서울광장은 이태원 참사 추모 행진 행렬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렇게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가슴 벅찬 장면을 마주하며
펼쳐 놓은 짐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분이 다가와서
물으셔요. 책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상자에 담아 둔 책을 꺼내었어요.
카드 결제까진 준비하지 못한 형편이라
나름 단정하게 써서 마련한 계좌번호를
보여드렸는데 잘 안 보인다고 하시네요.
“제가 번호를 불러드릴까요?”
“그래요, 내가 시작~ 할 때 불러 줘요.”
입금이 완료되고
책을 건네드리고
돌아서는 그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으시기에 책 내용도 보지 않고 어둠 속에서 표지 그림만 살짝 바라보시곤 바로 이 책을 가방에 넣으셨을까. 연세가 나보다 한참은 위로 느껴졌는데, 부디 이태원과 얽힌 아픈 사연이 없으시기를....’
♡이야기 셋: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선생님
밝은 시간에 박래군 선생님이 부스 앞에 들르셨어요.
사실은, 바로 눈앞에서 뵌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이름과 소중한 활동들이야
너무나 많이 보고 또 들어 왔지만요.
“어? 박래군 선생님 맞으세요?”
제 쑥스러운 물음에 환히 웃으시기에
맞구나, 싶었습니다.
“와~ 안 그래도 이 책을 꼭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먼저 와서 만나 주시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공동체미디어 용산FM 황혜원 대표님은
다행히 아는 사이셨나 봐요.
두 분 나란히 앞에 두고 사진 찰칵!
다시 한 번 박래군 선생님~
진짜 진짜 반갑고 기쁘고 고맙습니다!
♡이야기 넷: 서울광장에 마련된 보랏빛 현수막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바로 옆 부스는
<진실동행2024>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였습니다. 솔직히 첨엔 잠깐 긴장했더랬어요.
이렇게 가까이서 뵌 적이 처음인 데다가
그 이름 앞에 너무 작아지는 마음에....
그래도 용기 내서 냉큼 인사드렸죠.
최대한 예의 바르게 고개 숙여
웃으면서 간단하게 “안녕하세요!”
두 선생님이 우리 부스로 오시더니
마수걸이부터 해 주시네요.
왠지 죄송한데 진짜 고마운 나머지,
그만 한발 더 나아가 버렸어요.
“저, 제가 화장실을 좀 가야 하는데
부스 잠시만 좀 봐주시겠어요?”
아, 그랬더니 저기 화장실이 젤 가깝다,
아니면 이쪽 화장실로 가면 된다,
친절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 순간부터 마음이 턱 풀어졌습니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선생님들이
너무 편해진 거예요.
그 뒤론 내내 이분들 옆에 있는
순간순간들이 무척 고맙고
푸근하기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재밌고 유익한 행사를
많이 준비하셔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흥 넘치는 순간들을 누릴 수 있었답니다.
헤어질 때 처음의 낯설음은 어디로 가고
조금 큰 소리로 인사드릴 수 있었어요.
“오늘 정말 최고로 멋지셨어요.
함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10년 세월도 흘려보내지
못했을 그 아픔들까지야 감히
짐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요,
지금도 그 얼굴들 한 분 두 분
생각이 나요. 그 활기찬 웃음과
몸짓들도요.
♡이야기 다섯: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도서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라는
기다란 현수막을 서울광장에서
딱 마주한 순간의 느낌은,
공간이 무척 넓~다!
땀 뻘뻘 흘리며 끌고 온 캐리어 열고는
책이랑 이거 저거 펼치고 부리면서
걱정 반 기대 반 그랬습니다.
아, 이 너른 광장에서 작디작은
도서출판 플레이아데스는
어떤 발자욱을 새길 수 있을까.
그럼에도 아늑한 마음은
금세 찾아오더군요. 서울살이 때
너무나도 낯익은 공간이니까요.
무슨무슨 집회 참여한다고
이 잔디 위에서 밤새운 날들쯤
당연히 있기도 하고요.
무척 오랜만이어서
더욱 반갑기도 한 이 자리에서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에
관심을 주신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책 설명 필요 없이 바로
계산부터 하시는 분,
책 속을 차근차근 살피는 분,
표지를 찍어 가는 분,
현장 할인 값 마다하고
정가의 금액을 주고 가신 분들까지....
무엇보다 우르르 몰려온 청년들이
책을 보며 우수에 젖던 눈빛과 몸짓들
그러다 서슴없이 지갑을 열던
그 손길엔 미안한 마음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이 친구들에게도 혹시라도 무언가
사연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싶어서요
.
.
장수 산골에서 고속버스로 네 시간
(토요일이라 좀 막혔어요.
보통은 세 시간 반이면 충분한데요.)
서울광장에서 아름다운 네 시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수로 오기까지
다시 네 시간.
오가는 지하철에서 두 시간쯤.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스물네 시간의 대부분을
거리에서 보낸 지난 토요일 하루를
다섯 가지 이야기로 간추리며
출장이 안겨 준 피로를
가만가만 마사지해 봅니다.
책 담은 캐리어가 쫌 묵직했던지라
어깨 허리 근육이 좀 놀란 것 말곤
많은 것들이 평온한
어느 작은 산골 출판사의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참가 후기이자 출장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긴 글 이것으로 마칩니다.
짧게 쓰려고 시작한 글이
예상 가능하게 길어진 것은
아마도 분명 ‘사랑이여’ 노래
덕분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랜만에 기타에 기대 마음을 읊조리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정말로! ♪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바로 만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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