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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언 Dec 15. 2022

왓어피티(What a P.T)

진짜 운동하면 인생이 달라져요? 02. 어깨야 펴져라 제발!

피티 2회차. 사실 지난 주말에 갔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 탓은 아니고 선생님이 조금 늦잠잤음!

근육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면서 동네 헬스장에 1회 방문했고 틈틈히 자전거를 계속 타고 주말 중 하루는 식단을 지켰다. (하루만 지키는 건 사실 아무 의미없다) 어쨌든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하고 도착한 피티장. 오늘의 인바디 결과는? (인바디는 일주일마다 잰다) 성공! 지방은 1kg감량, 근육은 0.4kg증가했다. 그래도 주말에 이정도 지켜냈으면 내 기준 성공이다!


그리고 오늘 2회차는 상체운동의 날이었다. 대다수의 여자들은 공감할 것 같은데 상체 운동은 진짜 쉽지 않다. 마른 사람은 상체가 원래 말랐고 주로 허리 사이즈를 줄이는 운동을 신경쓰지 팔과 어깨를 키우는 운동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피티에서 하는 상체 운동은 팔과 어깨가 대부분이었다. 복부는 그냥 숨쉬듯 여러 운동에서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또...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선생님은 피티가 끝난 뒤 복부 20개씩 3세트하세요. 하고 옆 사람 수업으로 넘어가셨다. 다 끝난 줄 알고 행복했었는데..).


여튼 맨 처음 동작은 팔을 앞에서 뒤로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기구의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다. 다리를 받침대에 올리고 팔을 뒤로 쭉 잡아당기면서 가슴을 천장 방향으로 들어올려 날개뼈를 아래로 내리는 운동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팔만 뒤로 잡아당기면 되는 운동이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나는 어깨도 내려야하고 날개뼈도 잡아당겨야하고 승모근에 힘도 주지 않아야했으며 팔이 무너지지 않게 버티며 무게까지 끌어당겨야했다.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자세는 꽤 익숙했다. 무게를 조금 올리셔도 살짝 숨이 찰 뿐 어렵지 않았다.그렇게 첫 번째 운동 클리어 -


그리고 바로 두 번째 운동으로 넘어갔다. 기구 위에 매달린 줄을 잡아당겨 관자놀이 옆으로 쭉 잡아당기는 어깨 운동이었다. 역시나 설명은 쉬운데 쉽지 않았다. 아까 앞에서 뒤로 당길 때와 달리 사선에서 아래로 잡아당기는 운동은 내 승모근과 어깨를 가만두지 않았다. 우선 말린 어깨는 무거울수록, 횟수가 많아질수록 다시 말려가기 시작했고 그런 어깨를 펴기 위해 내 승모근은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절반은 팔로, 절반은 승모근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정상-비정상의 자세를 왔다갔다하는 나를 보다 결국 선생님이 다시 주먹을 꺼내셨다. 어깨와 등날개를 어김없이 주먹으로 꾸욱 눌러주셨고 나는 앓는 소리를 내며 10회씩 3세트를 자극을 팍팍 받으며 성공했다. 이걸 해냈다고 해도 되나? 거의 선생님이 도와주신 것 같은데.. 뭐 여튼 마지막에 기구를 내려놓고 으악 하는 소리와 함께 어깨를 잡고 기구에서 서서히 자연스럽게 멀어졌으니 성공이다!


그 다음으로는 항상 헬스장에서 멋있어 보였던 풀업을 배울 차례였다. 풀업은 기구 위에 올라가 온전히 내 몸무게를 견디며 위로 올라가는 동작이었다. 물론 거의 내 몸무게에서 46kg정도를 뺀 정도의 무게로 맞춰놓은상태라 다행이었지만 여기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나의 고소공포증!

그리 높지도 않은 기구인데 나의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는 생각은 일단 내 손에 땀을 쥐게 했고 온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역시나 내 승모근과 어깨는 다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올라갈 때마다 천장과 내 시야가 가까워졌고 나는 선생님에게 '무서워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선생님은 뒤에서 큰 소리로 '넘어져도 다리 삐끗정도지 안다쳐요!! 가슴을 천장으로 미세요! 승모근에 힘 빼고 어깨 힘힘!!'라고 외쳤다. 무서움 반 재미 반으로 입에서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왜 힘들면 웃음이 날까? 웃으면 힘이 더 빠지는데 말이다! 가까스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억누르며 있는 힘껏 가슴을 들어올리고 어깨를 내려가며 15회를 완료했다. 도대체 어깨를 내리고 가슴을 들어올리는 동작은 왜이렇게 어려운걸까? 가슴을 들어올리라고하면 배부터 나가고, 어깨를 내리라고 하면 목이 올라가는 내 몸에만 적용된 조건반사는 뭘까?! 결국 나는 매트에 엎드려 특훈아닌 특훈을 받았고 다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끼며 풀업세트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어좁이인 나에게 어깨 운동은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이기에 언제나 기꺼이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니다, 취소다. 그 다음은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밴드 지옥'시간이었다. 밴드를 손에 끼고 어깨를 내리고 양 옆으로 벌리는 동작이었다. 보기엔 참 쉽고 선생님도 아주 쉽게 하신다. 하지만 밴드가 내 손에 들어온 순간 동작은 엉망진창이 된다. 처음 5개는 쉽다. 그 뒤에는 어깨가 마치 박자를 타듯이 좌우가 따로 논다. 위 아래 위위 아래로 각자 움직이는 어깨를 힘으로 부여잡아준 선생님 덕분에 10개를 끝냈다. 그 자세에서 다시 10개 추가 그 자세에서 10초 추가 등등 끝없는 메뉴추가로 나는 생애 처음으로 내 어깨가 빵빵해지고 뜨거워지는 느낌을 겪어봤다. 어깨에 따끈한 계란을 하나씩 넣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많은 운동을 했는데 여전히 한 시간은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힘든 척을 해봤지만 선생님에 의해 반자동(?) 바가 있는 자리로 이끌려 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위에서 아래로 바를 올렸다 들었다 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사실 사무실에서 책도 팍팍 들고, 정수기 물통도 교체하고, 무거운 것도 잘들어 팔 운동이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아래서 위로 들기만 해봤지 위에서 아래로 - 아래서 위로 물건을 드는 동작은 해보지 않았던거다. 그리고 여태까지 했던 팔운동은 엄밀히 따지면 팔이 아닌 승모근 운동에 가까웠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렇게 앉아서 아무런 무게도 없는 바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데 정말 사시나무 떨듯이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눈은 평온해보였지만 마스크 안은 난리였다. 콧구멍은 한껏 커지고, 입술은 깨물었다 떨렸다를 반복했고 알 수 없는 소리도냈다!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도 마지막 운동이니깐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하고 싶었지만 ^_^ 실패했다. 결국 선생님이 거의 들어주듯이 해서 겨우겨우 3세트를 끝냈다. 그리고 아까 말한 것처럼 선생님은 복근 20회씩 3세트하고 런닝머신 타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옆 사람에게 넘어가셨다.


사실 좀 꼼수를 부릴까 싶었는데 바로 옆에서 수업하시는 선생님을 보고 터덜터덜 레그레이즈를 하러 갔다. 나는 복근의 힘이 없어 항상 허리가 아프기 때문에 완벽하 레그레이즈는 하지 못한다. 대신 꼭 무언가를 붙잡고 발끝을 90도, 무릎을 살짝 구부린 후 허리가 꺽이지 않을 만큼만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하는 동작으로 대체하고 있다. 확실히 선생님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아니, 나의 의지 차이인가?! 꾸역꾸역했지만 결코 잘한 것 같진 않다. 왜냐면 나는 그날 레깅스만 입고 있었고 사람은 아주 많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내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네 나는 부끄러움에 자세가 무너졌고 허리는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뒤 지금의 나의 복근은 통증이 하나도 ~ 없고 아주 평화롭기 때문에 내 자세는 효과가 하나도 없었음이 증명됐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선생님이 내어준 과제를 꾸역꾸역 끝내고 러닝머신에 올라가 레깅스 위에 입을 반바지를 검색해 주문을 완료했다. 그렇게 1시간 동안 걸은 뒤 마치 방방을 탄 듯, 공중에 떠있는 기분을 느끼며 터덜터덜 탈의실로 향했다.  1인 탈의실에 도착해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나의 발을 찍었다. 어깨가 아파 카메라를 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운동을 끝내고 거울 속 얼굴을 봤다. 나름 땀을 흘려서인지 얼굴이 피부 톤이 조금 맑아진 기분이 들었다. 살짝 땀에 젖어서 갈라진 앞머리도 좋았다. 밖에서 누군가 나를 보면 퀭해보이겠지만 운동을 한 나에게는 그 모습이 퀭한게 아니라 만족한 얼굴로 보였다.


힘든 월요일, 비가 내렸지만 나는 퇴근을 하고 운동을 하러왔다. 피티샵에는 나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월요일 저녁부터 바쁘게 운동을 시작하고 있었고 내가 운동을 끝낸 밤 9시가 되어도 운동을 배우러 혹은 혼자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세상에는 참 부지런한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회사에서 일하루를 끝내지만 누군가는 회사에서 나온 뒤에도 자신을 위해 다른 일을 한다.


퇴근하고 쉰다는 게 나쁜 것은 절대! 아니지만 내 스스로 지금까지 나의 체력과 한계를 과소평가하고 '무조건 쉬어야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충분히 퇴근 후에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만큼의 체력이 주어지는 사람이다.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니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몸이 가벼워진다. 운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에 대해 집착하고 있던 나에게 또 다른 '쉼'을 알려주었다. 이제 퇴근하고 운동을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무슨 일이든 시간을 내어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퇴근 후 운동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있을리가! 그건 있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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