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살고 싶지 않아 졌다.
목에 좋지 않게 침대 스탠드에 뒤통수를 갖다 대고 누워 내 인생 처음 시집을 들었다.
어떤 이의 상상력으로 창조해 낸 새로운 세상, 그곳의 사람들, 그들의 생각과 감정, 사물, 장소 등을 독특하게 표현해 낸 시.
하나, 하나를 차근차근 읽다 보니 내가 사용하는 같은 언어임에도 내가 알고 있던 국어가 맞나 싶은 것이다. 저 세상 언어… 저 세상 언어로 표현된 다른 세상이 종이 위에 펼쳐지고 있달까.
그러다 질투심과 자괴감이 갑자기 나를 파고드는 것이다. 나는 지금껏 그런 식으로 언어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할 것 많아 바삐 움직이는 생활에 시가 던지는 알쏭달쏭하고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 물음과 장면, 생각들이 또 다른 짐같이 여겨졌다. 내 또래의 같은 성별의 시인이라 더 질투 났고 부러웠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흘러가고 있어 붙잡아도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을 잡아보고자 내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만을 아등바등 살아가는 그 삶의 방식이 이제는 조금 지겨워진 걸까. 아니면 이젠 여유로워져서일까.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가 나 혼자만의 세계에서 놀아보기도 하고, 그 세계를 다른 이가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그 세계 언어로 그곳을 묘사해보기도 하고, 아니, 묘사해 보는 것까지는 안 하더라도
묘사해 보는 것은 시인이 하는 것이다. 나는 그저 눈앞의 현실 세계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더 깊이 빠져보고, 상상해 보고, 그곳의 언어에 집착해 보는 것.
이런 것들이 시인이 누리는 또 다른 시간이자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를 읽다 다른 우주의 세상이 나와 도통 이해가 안 돼도 왠지 모르게 재미있다. 어떻게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이 시를 쓴 사람은 귀신이 씐 걸까. 사람이 맞나. 다른 영혼이 들어와 이 사람을 괴롭혀 머릿속 헤집어진 생각을 짧게라도 글로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 아닐까. 시는 이해가 안 되지만 그로 인해 시인을 이해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겨 시를 계속 읽게 된다.
더 이상 쿨한 척 심플하고 유용한 것만을 좇으며 살지 않기로 한다. 천하 쓸모없어 보이고 도통 이해되지 않아 시간을 소모하더라도 더 절절하게 재미있고 색다른 세상이 존재하므로. 그 세상을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 시인들이 부럽지만 그 세상이 하나의 집에 담겨 매일 밤 잠들기 전 하나하나 들어가 보는 재미만으로 설레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