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가오슝에 갔을 때, 첫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전에 충분히 많은 나쁜 예감을 무시하며 온 탓이었다. 3박 4일 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대충 끝이 좋으면 뭐 됐지 그런 느낌으로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비행기 시간이 꽤 남았으니, '그 카페'에 가서 쉬기로 했다. 내가 가오슝에 도착하기 전부터 '지금 머무는 곳 근처에 있는 그 카페를 네가 좋아할 거야'였던 곳은, 도착한 뒤에도 '그 카페'였고, 이후에도 '마지막 날의 그 카페'였다. 영어를 잘하는 직원이 있고, 2층이 넓고, 모든 음료가 다른 동네 카페보다 더 비싼 '그 카페'로 가는 길, 한쪽 구석에 있는 식당을 보면서 그가 말했다.
"저기가 내가 매일 치킨야채볶음을 사 먹는 곳이야."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뭔가 아마도 만두.. 같은 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음식을 바삐 옮겨 담는 한 중년 여성 직원이 보였다. 시선을 느낀 것인지 그분 역시 이쪽을 바라보았고, 눈이 웃는 모양으로 변하더니 고개를 끄덕, 했다. 마스크 너머로도 웃는 표정이 보인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물었다. 오, 저 사람 너를 아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가 대답했다.
"내가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거지."
그 문장은 그 순간 직역된 뒤로, 어떤 의역이나 자연스러운 다른 번역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내가 이곳에 살고 있다는 거지. 내가 여기에 있다는 얘기지. 뭐 그런 거 말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은 치킨야채볶음을 사 먹으면서 직원과 눈인사를 하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렇게 연결이 되어있을 때만 존재하는 것일 테니까.
아 몰라 됐고, 그래도 나는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지는 않을 거야. 그게 끝내 내가 거기에 존재할 수 없는 이유였다는 것은, 끝내 서로 모른 척 하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