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알 남지 않은 감자를 박스에서 꺼내
흙을 탈탈 털고 물에 씻었다.
감자를 반으로 자르니
뽀얀 속살이 보였다.
전자레인지용 찜기에 감자를 담아
15분정도 쪄내니 김이
모락모락 포슬포슬한 감자가 익었다.
맛있겠다, 군침이 돌았다.
얼른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리고
지난 주말에 사두었던 자두도
몇 알 꺼내 씻어서 옆에 두니
그럴듯한 아침식사가 차려졌다.
아이들을 얼른 불러 ‘감자 먹자~’고 외쳤다.
감자를 까 달라는 아이의 말에 나는
먼저 감자 껍질을 벗겨보고
잘 안되면 도와주겠다는 대답을 했고,
아이는 이내 감자의 껍질을
서툰 손으로 벗겨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게 하는 말,
“엄마! 감자를 먹는 건 너무나 쉬운데
껍질 까는 게 어려운 것처럼,
돈도 그렇지?
돈을 쓰는 건 너무 쉬운데
버는 건 어렵잖아.”
어이쿠야, 감자 껍질을 먹다가
이런 이야기를 할 줄이야.
감자를 먹다가 그걸
돈과 일로 연결하는 아이가 너무 기특해서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
덕분에 아침에 아이는 즐겁게 학교를 갔다.
아이는 이렇게 크고 있나 보다.
어쩌면 진짜 교육이라는 것의 본질이
사물을 바라보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
아이가 십대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자꾸 아이와 대립을 하게 된다.
잔소리도 많아지고 걱정도 많아지고
여러모로 큰 소리가 자꾸 오고 가는 요즘이다.
이 시간을 조금 더 현명하게,
말은 줄이고 아이를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식탁을 정리한다.
물론 오늘 저녁이 되면 나의 다짐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릴지라도 말이다.
내일 아침은, 무얼 먹을까?